[IT 융합산업 현주소] 선진국 대비 기술수준 80% 육박 '가파른 성장세'

생산성 증가·고용창출 등 기대감
車·조선 등 IT와 융합 나서지만 R&D 인프라·정부 지원 역부족
산업별 맞춤형 인재육성 힘쓰고 대기업과 스타트업 협업 나서야


"정보기술(IT)과 전통 산업을 융합하면 기존 한계를 뛰어 넘는 새로운 산업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성하경 전자부품연구원 본부장)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에 IT를 결합한 산업 융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성장 동력 산업 찾기에 나선 세계적 기업들이 기존의 주력 산업에 IT를 접목해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산업 융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IT 융합산업의 세계 시장규모는 2010년 1조900억달러에서 2020년 3조7,800억달러로 연평균 13%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시장 역시 성장 전망이 밝다. 2010년 390억달러에서 2020년 1,483억달러가 예상되며 2015년 이후에는 연 19%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기업들이 IT융합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우선 자동차와 IT의 융합이 나타나고 있다. 위치정보와 반도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센서, 제어 등 다양한 기술이 자동차 산업과 융합돼 연계 시너지 효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 본부장은 "자동차 산업 뿐만 아니라 조선, 건설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 IT와 융합한다면 생산성 증가와 고용 창출은 물론 수출유발 효과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는 전통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지능적인 체제를 성립하는 스마트 공장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김용래 산업통상자원부 국장은 "기존에는 제품 대 제품 간의 접목으로 제한적인 융합이 주로 이루어져 왔지만 이제는 생산라인에도 IT기술을 도입해 프로세스에서도 고도화를 도모한다"며 "스마트공장의 보급으로 효율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불량률을 감소시키는 등 생산시스템을 최적화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제조업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IT기술 기반의 융합이라는 혁신은 우리나라 제조업을 재도약시키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최근 주요 국가들은 ICT와 제조업간의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가 차원의 신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가능한 모든 산업에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제조업 혁신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은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그린카와 스마트카 분야를 중심으로 주력 전통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은 제조업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내세운 인더스트리 4.0으로 융복합 촉진을 추진하고 있다. 성 본부장은 "ICT의 급진적 발전에 따라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가능해지고 제조업 연관 서비스 활동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ICT 융합을 강화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산업 융합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을까. 성 본부장은 "과거 첨단기술 개발 중심의 제한적 융합이 주를 이뤘다면 2007년 이후 융합이 글로벌 트렌드로 부각되면서 IT와 주력산업의 융합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선진국대비 융합기술 수준이 2005년 평균 69.5%에서 2013년 평균 74.8% 수준까지 높아졌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난관도 있다. 구용서 단국대학교 교수는 "첨단 소재·부품의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경기불안에 따른 높은 변동성 등 한계를 내재하고 있다"며 "여기에 중국의 추격 가속화와 일본 제조업 전열 재정비 등으로 샌드위치 현상이 지속되는 악재도 만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산업현장에서는 융합이라는 글로벌 트렌드를 수용하는데 있어 애로 사항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흥복 유비벨록스 대표는 "외국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출현하면 대기업에서 그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고 자신들의 제품군에 접목시켜 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대기업들이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협업하는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IT융합도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국내 융합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IT 기술이 각 주력 산업별로 특징에 맞게 접목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 본부장은 "자동차, 조선, 항공 등 주력산업은 산업별 특성이 모두 다른 만큼 융합에 요구되는 IT기술이 동일한 각 산업에 특성에 맞도록 변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기능의 센서라도 모바일제품이나 가전제품보다 자동차에 적용될 때 부가적인 연구개발이 요구된다. 성 본부장은 상용화된 모바일기기용 정전용량식 터치패널을 예로 들었다. 성 본부장은 "항공용 터치패널은 항공기 환경에서 요구되는 고감도, 왜곡 없는 정확도를 구현할 수 있는 터치센서를 따로 개발해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산업 융합 강국이 되기 위해 정부와 기업, 학계가 분야별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동시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지만 실상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 김 국장은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보유한 핵심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영역에서 기술융합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경우가 많다"면서 삼성전자의 스마트카 시장 도전에 따른 현대차와의 격돌에 대해 언급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들이 위기일수도 있지만 기회일 수도 있다. 때문에 김 국장은 국내 기업들을 향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도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해 산업 간, 기업 간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 공유하고 협업을 통해 경계를 허물어 상생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성 본부장도 "연구계가 표준화된 플랫폼을 제공해 연구개발(R&D) 인프라가 약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우수한 요소기술을 제공하는 신기술 공급원 역할을 해야 한다"며 "특히 기존 원천기술에 추가 R&D를 통해 기업이 요구하는 상용화기술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인 만큼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제언했다.

교육계도 산업 융합 맞춤형 인재 육성에 힘써야 한다. 구 교수는 "산업 현장에 맞는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 '융합학문' 체계를 완성해 나가야 한다"며 "학계와 더불어 기업에서도 산학협력을 적극 활용해 발전해 나가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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