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정상화 後매각' 선회 가능성

■ 하이닉스 처리 장기화할듯'유일한 대안' 마이크론 경영악화에 백기 하이닉스반도체를 둘러싼 반도체업계의 정황이 심상찮다. 정부와 채권단이 우선시하는 '매각론'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선 정상화, 후 인수' 입장을 공식화함에 따라 힘을 잃게 됐다. 외견상 '선 정상화, 후 매각추진' 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 ▶ 급변하는 D램 시황 그러나 D램 시황만 보면 상황은 또 다르다. 시황 부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업계의 구조조정 움직임은 빠르게 진전되고 있어 '선 정상화'만을 외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내외부의 딜레마 속에서 자칫 하이닉스 처리가 미궁에 빠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는 25일 "D램 시황이 좋지 않다"며 "4ㆍ4분기 실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살로만스미스바니 증권은 보고서에서 "하이닉스와 타이완의 모젤 바이텔릭ㆍ난야테크놀로지 등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4ㆍ4분기(6~8월)에 5억8,650만달러의 대규모 손실로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5위인 엘피다와 미쓰비시간 합병설에서 보듯 구조조정 바람도 거세다. 미쓰비시와 다른 D램 업체와의 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영난에 빠진 타이완 업체들이 대상이다. 시장이 256메가DDR로 급변 중인 가운데 기술력이 뒤진 업체들의 '생존게임'이 본격화하는 셈이다. ▶ 마이크론, '하이닉스 조기 인수협상 포기' 정부는 여전히 하이닉스의 유일한 처리방향으로 '매각'을 꼽고 있다. 마이크론은 유일 대안이었다. 애플턴 회장은 여기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다른 D램 업체를 인수하는 것보다 현 자산을 유지해 생산성을 제고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이닉스 새 경영진으로부터 재협상 제의를 받은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도 주가가 10달러 초반으로 떨어져 인수 여력이 없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경영이 악화하는 현실에서 원매자마저 사실상 사라진 딜레마에 부닥쳤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해외매각을 통한 정상화가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다"며 "그러나 경기침체로 당장 매각이 여의치 않은 만큼 구조조정을 통한 정상화를 함께 모색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달 초 구조조정특위와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도이체방크의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해외매각과 채무재조정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 외에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선 정상화를 추진하더라도 이는 독자생존이 아니라 해외매각을 위한 준비단계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이체방크는 현재 ▲ 1조8,500억원 안팎 출자전환 ▲ 잔여 채권 만기 2~3년 연장 ▲ 비메모리 부문 등부터 단계적으로 매각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기기자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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