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BBK 특검법' 전격 수용 막판 굳히기 위해 깜짝카드로 공세 전환 李후보 당선돼도 국정운영 부담 불가피
입력 2007.12.17 09:39:59수정
2007.12.17 09:39:59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16일 자신의 BBK 사건 연루 의혹과 관련한 특검법안을 전격 수용함에 따라 정국의 ‘뇌관’으로 등장했다.
이 후보는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BBK를 설립했다”는 육성 동영상 CD가 공개되자 막판 굳히기를 위한 깜짝 카드로 특검법 수용을 꺼내 들었다. 일단 특검법이 처리되면 이 후보는 당선되더라도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또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 등이 좌우될 것으로 보여 특검 정국은 대선뿐 아니라 대선 이후 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BBK 파문 재확산 정면돌파=이 후보의 특검 수용은 BBK 사건 관련 의혹이 대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 이를 정면 돌파해 대선 정국을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검찰 수사결과 발표 후 45% 안팎의 높은 지지율 행진을 이어왔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 여론이 높아지는데다 동영상까지 나오면서 이 후보 측에서는 자칫 대선 득표율에 치명타가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후보의 이날 전격 회견은 이 같은 의혹을 말끔히 씻고 대선 판세를 확실히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그토록 자신 있다면 특검을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당 안팎의 비판에 대한 정면 대응인 셈이다.
◇李 당선돼도 임기 초 부담=이번 특검법은 정치 일정상 묘한 시점과 맞물려 있다. 17일 특검안이 처리되면 정부 이송ㆍ공포 등을 거쳐 1월 중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임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 수사기간은 준비기간을 포함해 최대 40일이어서 적어도 내년 2월까지 특검 수사가 이어지게 된다.
수사 대상은 이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 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 등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대선에서 이겨도 집권 초 당선자에 대한 특검 수사 부담을 안고 출발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겪게 됐다.
더구나 BBK 문제가 드러날 경우 대통령직을 걸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 후보는 당선돼도 집권 초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중간평가 논란’ 같은 압박, 즉 당선 무효 내지 사퇴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이는 특히 대통령 당선자의 정국 주도권에 적지않은 제동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 특검에 좌우될 듯=검찰 수사결과 발표는 차기 대통령 취임 전인 2월 중 이뤄질 전망이다. 만약 이 후보가 당선자 신분일 때 특검 수사결과가 ‘이 후보 또는 주변인물 연루’ 쪽으로 나올 경우 신당은 이 후보 당선 무효, 즉 대선 불복 투쟁으로 확전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내년 4월9일에는 국회의원 총선이 있다. 신당은 부패세력 심판 등을 내세워 총선에서 승기를 잡으려 할 것이다.
반면 특검 결과가 검찰 수사결과와 비슷할 경우 신당은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선에 이긴 정당의 집권 초반 인기와 국정안정 필요성까지 합쳐져 신당은 18대 국회 의석 구도에서 크게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검 수사는 신당과 한나라당 양측 모두에게 기회 아니면 최대 위기인 셈이다.
한편 BBK 수사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15일 처리시한을 넘겨 자동 폐기됐다. 탄핵안은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하지만 민노ㆍ민주당 등이 반대해 표결 시도는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