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현장 걸어보자" 시민 발길 줄이어

경복궁의 남쪽 정문인 광화문(光化門)이 145년 전 고종 중건 당시 제 모습을 되찾았다.

복원된 광화문의 현판 제막식이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식’의 식전 행사로 열렸다. 광화문은 태조 이성계가 경복궁의 정문으로 건립한 때로부터 615년, 고종의 재건으로부터 145년 만에 원래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소실된 지 60년,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복원으로부터는 42년 만이다.

이날 행사에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전두환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복원 공사를 진두지휘한 도편수 신응수 대목장(大木匠) 등이 참석해 광화문의 웅장한 자태를 지켜봤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현판에는 흰색 바탕 위에 검은 글씨로 ‘光化門’ 석자가 적혔다. 한글단체와 일부 정치권의 반발이 있었지만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한글 친필 대신 고종 당시 훈령대장이었던 임태영이 쓴 것을 되살렸다. 1900년대 초의 유리원판 사진을 디지털로 복원해 오옥진 각자장(刻字匠)이 글씨를 새겼고 양용호 단청장(丹靑匠)이 단청 채색을 맡았다.

현판 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 정면 LED 화면에서는 지난 1900년대 초의 광화문 모습부터 일제강점기ㆍ한국전쟁을 거쳐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1차 복원됐던 모습과 최근의 복원 과정 등 광화문의 역사가 차례로 선보였다. 이어 웅장한 피리 소리와 함께 경복궁 수문장이 개문(開門)을 명했다. 그러자 붉게 채색된 광화문의 3개 홍예(虹霓ㆍ아치)문 중 가운데 문이 열렸다. 틀어졌던 광화문이 원래의 위치와 각도를 되찾은 결과 열린 문 사이로 경복궁 궁성의 첫번째 문인 흥례문(興禮門)이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홍예문 천장에 그려진 주작은 복원을 반기기라도 하는 듯 힘차게 날갯짓하는 형상이었다. 이날 일반에게 완전히 개방된 광화문은 역사적인 현장을 직접 걸어보고자 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조선왕조 정궐(正闕)의 정문이자 한국 역사의 아이콘인 광화문이 복원됐다는 큰 의미가 있다”며 “일제 때 옮겨진 위치와 각도 등이 제자리를 되찾고 문루도 목조로 복원한 만큼 우리 국민의 자긍심과 역사의식을 고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 청장은 이어 “광화문까지 고종 당시 500여동이던 경복궁의 복원이 25%가량 완료됐고 앞으로 20년간 진행할 복원사업을 통해 고종 때의 76% 수준까지 되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