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지연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지난해 4ㆍ4분기 전국 가계의 흑자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벌어들인 돈을 소비하지 않고 은행 등에 쌓아두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적자가구 비율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지갑이 빈 탓에 소비지출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평균 소비성향은 역대 최저였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가계동향을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지난해 4ㆍ4분기 흑자율은 28.2%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2%보다 3.0%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가계동향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흑자율은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하지 않은 돈의 비율을 뜻한다. 흑자율이 오른 것은 소득은 늘어난 반면 소비가 제자리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ㆍ4분기 월평균 처분가능 소득은 336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5.7% 늘었으나 소비지출은 241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의 비중인 평균 소비성향은 71.8%로 전년의 74.8%보다 3.0%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카드대란이 일어났던 지난 2003년 이후 최저치다.
가계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호주머니 사정이 극도로 악화돼 벌어들인 돈으로 부채조차 상환하지 못하는 곳이 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전력ㆍ대한석탄공사ㆍ한국철도공사 등을 이자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한 '매우위험군', 한국토지주택공사(LH)ㆍ한국가스공사ㆍ한국석유공사ㆍ한국광물자원공사 등을 '위험군'으로 분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