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생경한 아랍시장 그곳이 알고싶다

■ 아랍 파워(비제이 마하잔 지음, 에이지21 펴냄)
22개국 인구 3억5,000만명 세계 경제 블루칩으로 떠올라
마하잔 美교수 직접 취재한 기업 비즈니스 성공사례 생생한 현지인터뷰 돋보여




불과 1주일 전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장악한 남부에서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해 10여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건물과 차량 잔해에 매몰됐다. 헤즈볼라의 시리아 내전 개입에 따른 보복으로 추측된다. 이 레바논 남부 거리 곳곳에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현수막 사진 속 얼굴은 전투와 자살테러로 죽은 소위 '영웅'들이다.

하지만 지난 2008~2010년 아랍연맹 22개국 중 18개국을 방문 취재한 비제이 마하잔 미국 텍사스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 살풍경 속에서 그 이면을 본다. 아랍 여성들의 전통의상인 아바야(아랍인들이 옷 위에 두르는 긴 천)를 두른 열 다섯 남짓의 소녀가 가게에 들러 감자칩과 에너지 음료를 사가는 장면. 슬쩍 들여다본 진열대에는 대표적인 미국 음료 코카콜라와 미국 과자 프링글스, 미국 생리대 올웨이즈에 호주산 에너지음료 레드불까지 있다. 서구에 대한 반감, 격렬한 내전과 종교적 특성에도 이곳 소비자들 역시 필요와 욕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다.

인구 3억5,000만의 아랍연맹을 단일 국가로 가정한다면, 지난 2010년 GDP(국내총생산)는 2조 달러에 달해, 전세계 8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GDP를 능가한다. 이른바 브릭스(BRICS) 시장, 즉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중 인도와 러시아 연방보다도 큰 것이다.

이쯤이면 대뜸 '오일머니' 덕분이란 얘기가 나오겠다. 물론 카타르와 쿠웨이트, UAE의 인구 대비 높은 석유ㆍ가스 수입이 평균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요르단이나 레바논처럼 석유 매장고가 풍부하지 않은 아랍국가도 1인당 GDP가 인도보다 높다는 점은 어떤가. 사실 아랍국가 중 5개국만 1인당 GDP가 인도보다 낮고, 9개국은 중국보다도 높다.

저자는 이러한 아랍시장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아랍 세계의 경제와 소비자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아랍시장에서의 여러 비즈니스 기회에 대해 현지 및 다국적 기업들의 많은 사례들을 제시한다.

먼저 아랍문화의 토대인 이슬람의 다섯 기둥 샤하다(신앙 고백)ㆍ살라(예배)ㆍ사움(라마단 기간의 단식)ㆍ자카트(자선기부)ㆍ하지(메카 순례)에 대한 이해를 주문한다. 하지 때 국제공항 터미널에 레드불 특별 매장을 설치하면 매출이 20% 뛰고, 하루 다섯 번 예배시간을 알리는 앱과 시계가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다. 현지에 맞춘 영업과 판매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단적으로 드러난다.

다소 의외였던 것은 현재 아랍세계 인구 53%가 25세 미만의 청년층, 바로 샤바브(아랍어로 '젊음')라는 점과 출산율이 높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추세와 스타일에 부모세대보다 더 밝고, 유행하는 서구 브랜드를 더 많이 구입할 이 세대들을 겨냥해 이미 코카콜라나 P&G, 유니레버 등의 다국적 업체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막강한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산층, 교육수준이 높아지며 대학과 공기관, 재계 등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여성들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전세계 각지 수백만명의 아랍 디아스포라(집단 이주민)가 미치는 영향도 지적한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낯설어하는, 혹은 오해하고 있는 아랍세계에 대한 비즈니스적 이해 측면에서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많은 기업들의 구체적인 사례와 현지 기업인들과의 생생한 인터뷰는 돋보인다. 하지만 이를 요약 정리하는 수준으로 서둘러 마무리되는 결론 부분은 다소 아쉽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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