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넘는 박달재' 충북 제천, 고목 속 부처의 미소… 번뇌를 씻다

<관광2면> 제천-부처상을 조각한 목굴암
고목의 속을 파낸 안쪽에 부처상을 조각한 목굴암(木窟庵).
<관광1면> 제천-옥순봉
옥순봉은 청풍호 바닥에서 자라난 죽순이 하늘로 향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자애로운 목굴암 부처의 미소… 칼바람에 꽁꽁 언 육신도 녹여

고개 위 '박달재목각공원'엔 박달·금봉 애절한 사랑 전율

뾰족하게 솟은 가은산 옥순봉… '청풍호서 자란 죽순' 보는 듯

마린타워·팀빌딩·서바이벌 등 산악체험장선 스릴만점 놀이도


맵싸한 겨울이 마각을 드러냈다. 충청북도 제천 박달재를 찾은 날 고개 언덕의 웅덩이는 꽁꽁 얼어붙었다. "제천 추위는 철원 다음"이라는 이순녀 문화관광해설사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그나마 일기예보를 보고 떠난 일행은 오리털 외투에, 장갑으로 중무장했지만 날아오는 칼바람에 모자를 쓰지 않은 이들은 귀가 시리운지 장갑 낀 손으로 귀를 감쌌다.


◇'울고 넘는 박달재'=박달재로 마중을 나온 고광호 제천시문화관광과장은 "하필이면 추운 날 방문해서 고생한다"는 말로 기자의 취재를 안쓰러워했다. 이날은 고목의 속을 파낸 안쪽에 부처상을 조각한 목굴암(木窟庵)과 역시 고목의 속을 파내고 부처 제자들의 모습을 깎아 만든 오백나한전을 박달재 한편의 신축한 건물 안에 앉혀 선을 보이는 날이라 인파로 붐볐다.


반야월 작사의 '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노래로 유명한 이 고개는 제천시 봉양읍과 백운면을 경계 짓는 산모퉁이다. 박달재라는 이름이 붙은 유래는 조선 중엽 경상도의 선비 박달이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도중 백운면 평동리에 이르면서부터 시작된다.

한양으로 향하던 박달은 해가 저물어 이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는데 이곳에서 처녀 금봉을 만난다. 첫눈에 반한 청춘 남녀는 금세 가까워졌고 박달이 과거에 급제하면 함께 살기로 가약을 맺었다. 하지만 낙방을 한 박달은 금봉을 볼 낯이 없어 평동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금봉은 박달이 돌아오지 않자 상사병으로 몸져누운 끝에 숨을 거두고 만다. 금봉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사흘 후에 평동을 찾은 박달은 금봉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땅을 치며 목 놓아 울었다.

울다 얼핏 고갯길을 쳐다본 박달의 눈에는 금봉이 고갯마루를 향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달려가는 모습이 들어왔다. 박달이 쫓아가 금봉을 끌어안는 순간 그도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버렸고 사람들은 이곳을 '박달재'라 부르게 됐다. 고개 위의 박달재목각공원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박달과 금봉의 형상이 이곳을 찾는 객들을 맞고 있는데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박달과 금봉의 표정이 유쾌하고 해학적인 게 이채롭다. 제천시 백운면 박달로 231.

◇옥순봉=제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아이콘은 옥순봉이다. 옥순봉을 구경하는 방법은 청풍호 유람선을 타고 물 위에서 보는 방법과 옥순대교 앞의 가은산(575m)에 올라 보는 방법 중에서 택일할 수 있다. 차가운 강바람이 무서운 기자는 후자를 택했다. 옥순대교 초입에 차를 세우고 5분 정도 산을 오르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이곳은 나무에 시계가 가려 5분을 더 올라 시야를 확보했다.

앞이 트인 중턱에서 바라본 옥순봉은 청풍호 바닥에서 자라난 죽순이 하늘로 향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수산면 괴곡리 5-1.

◇제천산악체험장='퍽'하는 소리와 함께 뺨 위로 페인트가 흘러내렸다. 고무총알이 터지는 순간 따귀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이 함께 전해왔다. "움직이면 맞추기 힘들어요. 계속 움직이세요." 어른들이 하는 총싸움인 서바이벌 체험을 하기에 앞서 산악체험장 직원에게 들은 말만 믿고 동네 마실 가듯 어슬렁거리다가 관자놀이에 총을 맞았다. 경기장에서 쫓겨나는데 '욱'하고 성질이 났다.

총알을 장전하고 다시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한 번 총알을 맞아보니 아무리 장난이라지만 대충 할 게 아니었다. 몸을 낮추고 발이 안 보이게 달려 적군의 우측에서 총질을 해댔다.

내 총에 맞은 해설사 이씨도 밖으로 쫓겨나면서 "왜 죽은 사람에게 또 쏘느냐!"고 성질을 냈다. 먼저 판에 나를 죽였던 상대방을 찾아내 총을 쏘려는 순간 여우 같은 그 사람은 '총알이 떨어졌다'며 항복을 했다. 원수는 갚지 못하고 애먼 여인네만 아프게 한 것이 속이 쓰렸다.

지난 2012년 개장한 제천산악체험장은 활동적인 레포츠를 즐기는 젊은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시설이다. 마린타워·스카이타워·에코트랙·팀빌딩 등 챌린지시설 45종과 스카이점프·야자수·스카이드롭(집라인)·서바이벌 등 6종의 레저시설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에코레저스포츠 체험장이다.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무암계곡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레저스포츠를 함께 즐길 수 있다. 금성면 청풍호로9길 100, (043)646-8785. /글·사진(제천)=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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