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내년까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국인 직접투자(FDI) 금액이 2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진출을 위해 우리나라에 외국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한 결과다. 한중 FTA가 지난 20일 발효됨에 따라 내년도 중국 수출 증가 폭이 주목되고 있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22일 기준 FDI 신고액이 204억 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FDI는 지난 1999년 10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16년 만에 200억달러 고지를 넘어서게 됐다. 올해는 FDI 도착액도 28.6% 늘어난 151억 9,000만달러를 보여 지난해(115억2,000만달러)를 크게 넘어섰다. 미국이 지난해보다 56.6% 늘어난 54억5,000만달러를 투자했고 중국은 70.6% 증가한 19억7,000만달러, 중동은 526% 뛴 13억8,000만달러를 국내에 유입했다. 서비스업 투자(145억1,000만달러)가 36.7% 늘었고 제조업은 42.9% 줄어든 43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전체 투자액 가운데 공장이나 사업장을 새로 짓는 그린필드형 투자가 137억3,000만달러, 인수합병형(M&A) 투자는 66억8,000만달러였다.
올해 발효된 한중FTA가 사상 최대치의 FDI를 이끌었다. 세계 최대 내수시장인 중국과의 무역 장벽을 허문 우리나라로 미국과 일본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EMP 베스타가 한중FTA 발효로 냉동·냉장 물류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1억 달러를 투자해 물류센터를 짓기로 했다. 일본 스미토모세이카케미칼도 5,000만달러를 투자해 한중FTA 수혜품목인 고흡수성수지(기저귀 원료) 생산 시설을 설립했다. 중국 기업의 한국기업 투자 봇물도 터졌다. 랑시그룹이 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 폐기에 따라 유아용 의류시장이 커질 것을 대비해 국내 업체 아가방에 5,000만달러 규모의 지분투자를 했다. 쑤닝그룹도 중국 콘텐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업체인 레드로버에 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정상외교 효과로 사우디 PIF가 포스코건설에 대규모 지분투자(11억 3,000만달러)를 했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투자청도 쌍용건설 지분인수를 위해 1억6,000만달러를 썼다. 이밖에 미국 포워드벤처스가 국내 소셜커머스 쇼핑몰 업체인 쿠팡에 8억2,000만달러를 투자했고 중국 안방그룹이 9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동양생명의 지분을 매입했다.
사상 최대 FDI 투자 유치 성과에 매년 200억달러 가량 마이너스를 보이던 ‘외국인국내투자-국내기업 해외투자’ 간의 차이도 눈에 띄게 줄었다. 2012년 국내로 유입된 투자금보다 해외로 나간 투자금액이 277억달러 더 많았지만 지난해는 147억달러, 올해는 3·4분기 기준 68억달러까지 감소했다.
올해 FDI 200억달러 유치라는 축배를 들었지만 내년에도 이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지는 불투명하다. 저유가로 자금 사정이 열악해진 중동 국가들의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데다 미국의 단계적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가 강세로 주요국의 환율 약세도 불안 요인이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