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채우는 사람들 II]당신의 선물을 끄는 루돌프


“저에게 크리스마스는 그냥 ‘바쁘게 일하는 날’이에요.” (대형마트 와인 코너 직원 조현숙 씨)

흥겨운 캐롤 음악. 트리 조명이 빛나는 거리. 사랑하는 사람과 분위기 좋은 장소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각자가 고심해 고른 선물을 나누는 일. 크리스마스 하면 으레 떠오르는 풍경들이다.

크리스마스를 즐기려는 사람들, 이들 뒤편엔 크리스마스를 채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하는 날’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손님맞이에 한창인 한 대형마트를 찾았다.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분주한 곳은 바로 ‘완구 코너’. 곳곳에 장식된 크리스마스 장식과 정갈하게 놓인 장난감이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들이 부모 손을 꼭 붙들고 스스로에게 줄 선물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는 사이 코너 다른 편에선 자꾸 비어가는 장난감 선반을 채우는 작업이 쉴새 없이 이어졌다. 이곳 완구를 비롯해 와인, 디저트 코너 등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제품 진열·판매 인력 등이 집중 투입됐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단기 아르바이트 형태로 근무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인기 장난감 코너에 모여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 알바몬’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아르바이트 공고 게시 건수는 1만 8,406건으로 전월 동기(1만6,826건) 대비 약 9% 늘었다. 이 가운데 크리스마스만을 위한 단기 일자리가 무려 755건이나 됐다. 특히 크리스마스에 가장 많은 손길이 필요한 서비스 업종에 단기 아르바이트생들이 집중 투입된다.

이 기간 단기 아르바이트생들이 선호하는 인기 업무는 이벤트·행사 스태프. 이어 영화, 공연, 전시, 놀이공원, 매표 등이 인기 직종으로 꼽혔다.


크리스마스 특수를 맞은 완구, 와인, 과자 코너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 장난감 코너를 담당하고 있는 윤관재(25) 씨는 “크리스마스 근무는 시급을 많이 주는 편이라 마냥 노느니 단기 알바라도 해 돈을 버는 게 낫다”며 “여자친구나 다른 친한 친구들도 단기 알바를 하고 있어 올해 크리스마스는 다 같이 일을 하면서 보낼 것 같다”고 전했다. 수능을 치른 직후부터 알바를 계속 하고 있는 장윤빈(20·여) 씨도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일을 한다”며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손님이 확 늘어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어느새 근무 시간이 끝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 가득 담긴 썰매를 끄는 루돌프. 연말 특수를 맞아 쉴새없는 손놀림으로 장난감을, 와인을, 과자를 진열하고 있는 사람들, 이들은 우리들의 선물을 끄는 현대판 루돌프다. /정가람 인턴기자 garamj@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