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과정에서 정부·정치권·이해관계자들의 이견으로 진통을 겪었던 업무용 자동차 과세 기준이 최종 확정됐다. 시뮬레이션 결과 내년 1월1일부터는 6억원짜리 롤스로이스를 회사 차로 등록해 타는 사람은 100% 업무용으로만 차를 타도 인정경비가 1억7,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1억1,000만원이나 뚝 떨어진다.
23일 기획재정부는 '2015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을 통해 깐깐해진 업무용 차량 과세 기준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개인이 법인 명의로 고가의 차량을 구입하고 개인 용도로 타는 '무늬만 회사 차'의 관련 비용은 회사 경비로 처리해 법인의 소득·법인세 과세표준을 줄였다. 그만큼 법인이 내는 세금이 대폭 줄어드는 꼼수가 만연했다. 이로 인해 새는 세금이 매년 2조5,000억원 정도로 추정(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된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인정경비를 부풀린 '주범'인 감가상각을 연간 800만원까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약 6억원 상당의 롤스로이스 팬텀은 이전에는 감가상각비(차량 구입액의 20%) 1억2,000만원에다 보험료·기름값·자동차세 등 기타운영비(감가상각비의 40%로 가정) 4,800만원을 더해 총 1억6,800만원을 차량운행비용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운행일지'를 작성해야 하며 운행일지상 100% 업무용으로 쓰였다고 입증돼도 비용으로 인정되는 금액은 5,600만원으로 1억1,000만원이나 줄어든다. 기타운영비 4,800만원에다 연간 감가상각비 한도 800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운행일지상 80%만 업무용으로 쓰인 것으로 나타나면 인정비용은 더 낮아진다.
1억원짜리 차량에 대입해보면 종전에는 연간 3,400만원을 비용으로 인정받았지만 업무용으로 쓰인 정도에 따라 1,000만~2,200만원(기타운영비를 감가상각비의 70%로 가정)으로 줄어든다. 5,000만원 상당의 자동차는 종전의 1,700만원에서 1,000만~1,360만원으로 감소한다.
정부는 제도 시행으로 정상적으로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해 이용하는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연 1,000만원까지는 운행일지를 작성하지 않아도 이전과 같이 비용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가령 업무용으로 널리 쓰이는 3,000만원대 쏘나타는 지금까지 감가상각비 600만원(차량 구입액의 20%)에 기타운영비(감가상각비의 70%로 가정) 420만원을 더한 1,020만원을 비용으로 인정받았다. 앞으로도 운행일지를 쓰지 않아도 1,000만원까지 비용으로 인정되며 100% 업무용으로 운행일지를 작성하면 종전과 같은 1,020만원을 모두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차량만 해당된다.
매년 800만원 한도로 감가상각비 처리 상한선을 뒀기 때문에 차량 구입비용 전액을 경비로 털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어진다. 지금까지는 정액법·정률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기간도 4~6년 중 고를 수 있었다. 4~5년에 걸쳐 최대 수억원을 경비로 인정받아 이른 시일 안에 경비로 털어낼 수 있었고 이후 빈번하게 고가의 새 차를 구매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앞으로는 1억원짜리 차량의 경우 매년 800만원씩 12년6개월을 보유해야 구입비용 전액을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