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제 피해자 문제, 정부도 책임의식 느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 제2조 1항에 청구된 헌법소원 사건을 '재판 전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했다. 각하 이유로 제기된 '재판 전제성'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딸이 제기한 행정소송과 관련해 위헌 여부가 이 소송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헌재의 심리 대상이 될 형식상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의미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보상 문제를 둘러싼 각종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쟁점이 된 한일청구권 협정 조항은 1965년 당시 양국 간 협정으로 한일 양국과 국민의 재산 ·권리·이익·청구권에 관한 조항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이 조항을 근거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해왔고 우리 피해자들은 개인청구권까지 소멸한 것은 아니라는 반박 논리를 제기해왔다. 우리 대법원도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청구권까지 소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헌재는 이날 결정에 대해 형식상 적법요건을 갖추지 않아 헌재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논란이 되는 한일청구권 협정의 위헌·합헌 여부에 대한 헌재 판단은 다음 헌법소원이나 위헌법률 심판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헌재의 결정만 기다리지 말고 계속되는 일제강점기 피해자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한일청구권 협정이 당사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부 간에 맺어진 것임에 책임의식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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