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문화도시의 열매

박광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스페인 북부에 빌바오라는 작은 항구도시가 있다. 조선과 철강으로 산업화시대의 발전을 크게 이뤘다가 사양화의 길에 접어들자 도시는 황폐하고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갔다.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때 공학도이자 테크노크라트인 이본 아레소 부시장이 도시를 새롭게 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는 빌바오를 새롭게 가꿔나갔다. 뉴욕 구겐하임박물관의 유럽 분관을 유치했다. 도시의 모든 건축물과 조각품, 다리와 구조물들을 당대 최고의 건축가와 조각가와 미술가의 손길로 꾸준히 만들고 가꿔나갔다. 10여년이 흐르면서 도시의 외관과 품격이 달라졌다. 7년 전 그곳을 방문했을 때 아레소 부시장은 휴일임에도 손수 운전으로 먼 동방에서 온 친구에게 자신의 손길이 닿은 도시의 곳곳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도시를 가로지르는 네르비온 강가의 폐허에 갔다. 그는 이곳을 최고의 문화산업단지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문화를 통한 도시의 변개와 더불어 문화산업으로 새로운 도시의 발전을 이룬다는 야심찬 비전이었다.

문화도시의 형태와 조성은 세계적으로 도시별 여건을 반영하면서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도시 발전에 있어서 문화적인 삶과 가치를 생성하고 창의성을 발현함은 국민의식의 성숙과 고학력화와 경제 성장에 따라 많은 현대 도시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화도시를 표방함은 고무적인 일이다. 역사문화·생태문화관광·영상산업 등 그 지역의 문화적·환경적·산업적 특성을 반영한 문화도시의 조성이 가능하다. 지난 1월28일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서는 문화도시를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정된 도시라고 정의하고 있다. 도시가 산업화의 다음 단계에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에 대해 여러 대안이 있을 수 있다. 문화도시야말로 지역발전의 결론이라고 본다. 도시재생 과제도 다르지 않다. 문화도시 형성의 조건들을 살펴보자. 먼저 자발적 참여와 열정이다. 문화와 도시 기획가가 중심을 잡아야겠지만 도시의 모든 구성원들의 인식이 중요하다. 다음은 지역의 강점을 살리면서 차별화되는 창조문화의 요소를 찾아내고 가꿔가는 일이다. 그리고 세계와 소통하고 지역주민의 창의성을 확산해나가는 일이 중시된다. 문화도시는 주변 도시와 세계의 다른 도시와 함께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때 더욱 효과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도시가 문화로 꽃피고 발전하는 길은 생명과 정신적 가치를 존중하고 문화 창조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며 자유와 평등과 인류의 지속 가능한 번영을 실현하는 등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는 데 있다. 당대의 문화융성은 문화도시의 형성과 발전을 통해 이와 같은 가치를 진보와 발전에 도움되도록 퍼트리는 것이며 그 정신을 울림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또한 예술적 가치를 보편화하는 일이 중시된다. 이와 같은 이상과 목표가 문화도시를 통해 삶의 현장에서 구현되고 꽃피우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