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경제 제재 한국 사실상 동참

국내업체 '러 정유공장 입찰'
수출입銀서 금융LOI 발급보류


한국수출입은행이 러시아에서 대규모 플랜트 사업을 수주하려는 국내 업체에 대한 금융지원 의향서(LOI) 발급을 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러시아 경제제재 이후 우리 정부도 사실상 제재에 동참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2일 기획재정부와 플랜트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이 러시아 모스크바 정유공장 프로젝트 입찰을 위해 신청한 금융지원 LOI 발급을 보류했다. 금융지원 LOI는 해당 사업에 국책은행 명의로 자금을 지원해줄 수 있음을 확인하는 서류로 구속력은 없지만 해외 대형 발주처들이 입찰업체에 통상적으로 요구한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가스프롬의 자회사인 가스프롬네프트가 발주한 이 프로젝트는 총 1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정유공장 건설 사업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이 프로젝트의 사전적격심사(PQ)를 통과함에 따라 입찰 참여를 위해 수출입은행의 LOI를 요청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이 입찰 마감일인 지난달 29일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LOI를 발급하지 않자 현대엔지니어링은 발주처 측에 추후 이를 보완 제출하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이번 LOI 발급보류는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가) 보류를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현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에서 대 러시아 제재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수출입은행이 LOI를 발급하지 않은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우리 정부가 중요한 에너지 수입원인 러시아 제재에 공개적으로 동참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수출입은행 등을 통한 간접적 수단을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가스프롬은 미국과 EU가 지목한 핵심 제재 대상 업체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명확한 지침도 없이 우회적 제재를 선택할 경우 현지에서 사업을 추진하거나 진행 중인 국내 기업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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