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신이 빚은듯 거대한 수석의 향연'병풍바위 등 기암괴석 행렬· 해벽미 극치
『세상에 이런 절겡(절경)이…. 허참, 이런 절겡이…. 참 좋네. 선계가 따로 없네이.』
전남 신안군 홍도의 해안절벽을 돌아보는 유람선 위. 순천에서 친목계 모임으로 왔다는 어느 할아버지는 연방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사를 쏟아낸다. 기암괴석의 행렬은 보는 것마다 한폭의 그림이고, 거대한 수석(水石) 덩어리다.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30분~3시간 가량 달렸을 때였다. 서해 먼바다에 홍옥같이 불그스레 빛나는 섬 홍도(紅島)와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는 흑산도(黑山島)가 나타났다.
이들 두 섬은 백두대간이 바다밑을 뻗어가다 숨을 쉬려고 고개를 쑥 내민 모양으로 때묻지 않은 천혜의 절경을 자랑한다. 섬이 829개에 달하는 전남 신안군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면적이 6.8㎢에, 인구가 500여명에 불과한 홍도. 「조그만 게 아름다우면 얼마나 아름다울까」하는 생각은 선착장에 내릴 때 금세 깨지고 만다. 부둣가 옆 빠돌해수욕장에서는 아이들이 무공해 해수욕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다. 800여M의 해안선을 따라 동그란 몽돌이 깔린 이곳은 특히 일몰이 장관이다.
홍도 관광은 배를 타고 해안 절경과 주변의 크고 작은 섬을 돌아보는 게 대부분을 이룬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170호로 지정된 탓에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도 반출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산에도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고의 해벽미로 꼽히는 해안 절경은 그 아쉬움을 상쇄해주고도 남는다. 100M 높이의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 절벽에 붙어 옆으로 자라는 분재같은 소나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코발트빛 바다…. 인간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자연미의 극치이다.
『다음은 홍도의 수호사자, 거북바위입니다. 지금 엉뚱한 생각에 웃고 있는 아저씨들. 거북이라고 다 같은 거북이 아니지라. 먼 옛날 섬사람들의 풍어를 살펴보고 해적이 약탈하러 올 때면 풍랑을 일으켜 막았다는 신령스런 거북이 되겠습니다.』
『홍도 제1경, 남문입니다. 밤늦게까지 낭군을 기다려본 아주머니들,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지요. 바로 텔레비전 애국가에 나온 곳입니다. 이 굴을 지나면 일년내내 더위를 먹지 않고 재앙도 없고 소원이 성취된다고 합니다.』
기암절경마다 유람선 안내원의 입담도 이어진다. 12폭짜리 병풍모양 바위, 주인을 기다리다 지쳐 죽은 개의 넋이 서린 도승바위, 악귀를 물리친다는 칼바위, 기화요초가 만발한 실금리굴, 「꽃동굴」이라는 이름의 석화굴, 독립문 모양의 바위, 부모 잃은 일곱 형제가 돌이 되었다는 슬픈 여바위 등등. 「홍도 33경」 하나하나에 전설이 얽혀 있는 게 그럴 듯하다.
또 홍도는 풍란, 좀굴거리나무, 일엽초, 금새우난초, 나도밤나무 등 희귀 동식물의 보고이다. 천연기념물 흑비둘기의 서식처이도 하다. 이밖에 등대, 난(蘭) 전시실, 산책로 등이 가볼만하다. 문의 홍도관리사무소 (061)246-3700
홍어 산지로 유명한 흑산도는 홍도보다 4배나 큰 섬이다. 섬 면적이 25㎢에 이르고 10개의 유인도와 65개의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역시 유람선을 타고 범이 입을 벌린 모양의 범바위, 50M 높이의 촛대바위, 유람선 몇 척이 한꺼번에 지나갈 수 있는 석주대문, 학바위, 스님바위, 고래바위 등 「흑산도 33경」을 볼 수 있다. 일주도로를 이용한 관광도 있으나 비포장이라 권할만한 게 못된다.
흑산도 상라봉에 오르면 멀리 홍도·장도·대둔도 등 흑산군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해수욕장으로는 세께·배낭기미해수욕장이 있다.
유적지도 많다. 고려초 것으로 추정되는 반월성지와 3층석탑, 구한말 의병장 면암 최익현의 유배지, 조선 후기 정약용의 친형인 정약전이 귀양살며 머물던 복성재와 지장암 등이 있다. 흑산관광안내소 (061)275-9062
여행쪽지 ◇여행상품= 답사단체인 우리여행사에서 홍도·흑산도를 2박3일 일정으로 떠난다. 7월30일, 8월 1·3일 오전 6시30분 서울역에서 열차를 이용해 3회 출발. 홍도·흑산도 해상유람과 홍도 해변에서 해수욕이 포함돼 있다. 2인1실 기준으로 10만5,000원. 문의 (02)335-7137
◇특산물= 전복·가리비·성게 등이 먹을만하고, 돌김·서대·돌미역 등을 사올만하다. 홍도를 유람선으로 돌다보면 고깃배가 다가와 즉석에서 자연산 회를 팔기도 한다. 흑산도는 본디 홍어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제철이 아니고 큰것 한마리에 100만원이나 한다.
최형욱기자CHOIHUK@SED.CO.KR
입력시간 2000/07/1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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