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창업 현장속으로] 전석범 에코미스트 일산 점주

남의 말만 믿고 창업했다간 큰코
잘 모르는 신용할부 뛰어들었다가 실패 '쓴맛'
1,000만원대 소자본 향기관리 사업으로 선회
직장 영업경력 살려 재기성공…월순익 500만원


경기도 일산에서 친환경 향기관리사업을 하고 있는 전석범씨(60ㆍ사진)는 퇴직 후 두 번의 실패를 겪고 소자본 무점포 창업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대기업 전자회사에서 근무했던 전씨는 지난 96년 20년 넘게 몸담았던 직장을 나온 후 홈페이지 제작과 신용할부판매 대리점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연거푸 실패, 퇴직금으로 받은 2억원을 모두 날렸다. ◇ 초보자가 잘 모르는 업종에 뛰어들면 실패 = 첫 창업에서의 실패는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뛰어든 것이 화근이었다. 영업을 하려고 해도 전문지식이 부족해 쉽지 않았다. 전망이 있다는 동업자의 말만 믿고 뛰어든 결과였다. 계속되는 적자 구도 속에서 허덕이다 결국 3년만에 사업을 접고 말았다. 다시 시작한 사업은 용산에서 컴퓨터 신용할부대출사업. 서민들이나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이 컴퓨터를 구입할 때 신용대출을 해주는 사업이다. 하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국민PC의 보급으로 가격이 싸지면서 컴퓨터를 신용대출로 사려는 사람이 없어졌다. 시장이 죽어버린 것이다. “세상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릿속에서는 분명 ‘되는 사업’이었는데 현실에 막상 부딪히니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 1,000만원대 소자본 창업으로 선회 = 자금도 부족하고 특별한 기술도 없어 고민하던 전씨는 적은 자본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찾다 지난 2003년 6월, 1,000만 원을 들여 친환경 향기관리업을 시작했다. 친환경 향기관리업은 점포나 사무실 및 관공서, 유치원 등에 자동향기분사기를 설치하고, 이 자동향기분사기 속에 각 장소에 적합한 천연향을 내장하여 매월 리필해주는 사업이다. 발로 뛰는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중요하고, 대량 거래처를 뚫는 영업력이 성공 포인트다. 전씨는 마라톤과 등산 등으로 꾸준히 체력관리를 해 왔고, 또 전 직장에서 영업관리직에 있었기 때문에 이전 직장의 인맥을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 직장경력 살려 기업체 위주로 영업 = 전씨는 사업 초기 안정화를 위해서는 소량 납품인 소규모 단체보다는 대량 계약을 할 수 있는 기업체 위주 영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창업 직후부터 대기업 시절 인맥과 경험을 살려 대량 계약을 할 수 있는 기업과의 거래를 1순위로 두고 영업을 시작했다. 일단 자신이 근무했던 대기업 산하의 전자제품 종합판매 브랜드와 접촉했다. 전국적으로 개인 대리점 형태로 운영되는 브랜드지만 절반은 회사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터였다. 대기업과 거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PT), 협상법 등은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창업 두 달 만에 전국 24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체인망 납품 계약을 성사시켜 전체 매장의 80% 가량에 납품을 시작했다. 그러나 매달 향기 캔을 교체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전국 체인점을 일일이 찾아가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대기업 근무시절 하던 하청계약에서 힌트를 얻어 효율적인 관리법을 찾아냈다. 대형 전자제품 매장에는 매달 먼지를 없애기 위한 기름걸레와 현관 매트를 공급해주는 업체가 매장을 방문한다. 이들을 떠올린 전씨는 곧바로 이들 업체와 접촉, 기름걸레나 매트 납품시 에코미스트 향도 함께 납품한다는 계약을 얻어냈다. 물론 이들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마진율은 줄어들지만 관리면으로 보면 훨씬 효율적이었다. ◇ “70살까지는 현역으로 뛸 것” = 올해부터는 고객맞춤 향기관리 서비스도 시작했다. 관공서나 회사에 그 지역이나 회사를 상징하는 나무나 꽃의 이미지에 맞는 천연향을 제공, 통일된 향으로 해당 단체를 ‘브랜드화’시키는 것.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전씨는 “고객의 니즈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상담 등을 통해 사전에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고, 서비스 도중에도 의견을 교환하여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4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전씨의 요즘 한달 평균 매출은 800만~900만원선이다. 이 중 순이익은 500만원 정도 된다. 그는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이 사고를 당하거나 병을 얻지 않는 이상 평균 수명이 80~90살은 되기 때문에 이제 60살이면 아직 청춘”이라면서 “앞으로 최소한 10년은 발로 뛰면서 영업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의 노후준비는 지금부터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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