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스테이트 서경오픈] 디펜딩 챔프 김하늘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 싱그러운 그린과 눈부신 하늘이 계절의 여왕 5월을 말해주는 듯한 레이크사이드 서코스에서 힐스테이트 서경여자오픈의 두 번째 우승자가 탄생했다. 국내 최고의 건설명가 현대건설이 2007년 창설한 이 대회에서 원년 우승자 신지애에 이어 우승바통을 받은 선수는 바로 2007년 신인왕 출신의 김하늘(21, 엘로드)이었다. 늘씬한 몸매와 매력적인 미소로 대회 때마다 열성 팬들을 몰고다니는 김하늘은 안선주와의 승부다툼 끝에 시즌 두 번째 우승컵을 안는 데 성공하며 ‘5월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하반기 들어 1승을 추가한 그는 시즌 3승으로 신지애, 서희경에 이어 상금랭킹 3위에 올랐으며, 3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특히 김하늘은 ‘지존’ 신지애와의 동반플레이에 유달리 강한 면모를 과시, 신지애를 꺾은 확실한(?) 승자로 이미지를 확고히했다. 이것은 지난해 7승을 기록했지만 한 대회를 제외하고 6개 대회에서 신지애 없이 우승한 서희경과의 차이점이다. 김하늘의 미소에 숨은 여유와 자신감의 실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무명이었던 아마추어 시절을 지나 프로무대에 와서야 빛을 발하기 시작한 김하늘. 그가 힐스테이트 서울경제오픈의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특유의 미소와 자신감, 하늘색 의상으로 무장한다. 그리고 투어 2년차를 지나며 달라진 변화와 무관의 신인왕으로 남은 루키 시절, 라이벌로 꼽히는 서희경과의 관계, 그리고 LPGA 투어에서 맛본 컷 탈락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음은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5월호에 실린 인터뷰 전문. 투어 2년차였던 지난해를 지나며 루키시즌과 비교하면 변화가 많은 것 같다. 지난 한 해를 통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자신감이 많이 생겨서 모든 생활이나 행동이 자신감으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승 덕분에 앞으로도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가장 큰 변화라면 그것이다. 겨울 동안 쇼트게임 위주로 보강한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동계훈련은 어디로 다녀왔나. 김영수 프로님과 함께 조영란, 루키 김연송, 임경민과 태국에서 훈련했다. 12월30일에 가서 2월1일에 왔으니 꼭 한 달을 그곳에서 머문 셈이다. 퍼트와 함께 기술샷 훈련에 집중했다. 드로와 페이드샷을 집중적으로 연마했기 때문에 어떤 코스든지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을 듯하다. 체력훈련은 전담 트레이너와 함께하는데 줄넘기와 코어운동을 병행하면서 체력을 단련했다. 줄넘기로 체력을 관리했다는 경우는 드문데 줄넘기가 체력관리에 효과적인가? 온몸을 효과적으로 단련하는 데 줄넘기만한 운동이 없다. 누가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동계훈련지에서 체력단련이 쉽지 않아서 매일 줄넘기를 했다. 단순히 100개, 200개 단위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1,000~2,000개를 계속해야 한다. 무척 힘들기 때문에 인내력도 필요하고 지구력도 있어야 할 수 있다. 나는 한 번도 멈추지 않고 2,000번까지 해봤는데 그 이상은 정말 하기 힘들다. 줄넘기로 2,000번 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30분 정도 걸린다. 한 번은 같이 동계훈련을 온 주니어 후배들이 줄넘기를 하는 나에게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줄넘기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자 '그냥 갈게요' 라고 말하며 가버렸을 정도였다. 팔로 돌리고 다리로 뛰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나면 온몸에 땀이 정말 많이 난다.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인 데다 줄만 가지고 다니면 어디서나 할 수 있기 때문에 런닝머신에서 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줄넘기가 더 나은 것 같다. 동계훈련 기간 중 하와이오픈에 출전했고, 또 이번에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 참가했다. LPGA 투어 대회를 현지에서 경험한 소감은 어떤가. 두 대회 모두 한국에서 대회가 없는 비시즌을 이용해 출전했다. 전혀 새로운 무대였지만 시즌 중이 아닐 때여서 시합감이 떨어졌고 시차로 인한 컨디션 악화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국내에서 상위권에 머물다 컷 탈락을 경험하자 하와이오픈 때는 상당히 힘들었는데 나비스코에서는 배우고 깨달은 점이 많았다. 국내와 다른 코스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인데 그곳의 코스는 어땠나. 한국과 비교해 코스 컨디션이 굉장히 좋았다. 페어웨이가 좁고 러프가 길었으며 그린이 빠르고 딱딱해서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코스를 경험하면서 더 배우고 실력이 늘어서 온 것 같다. 경험자로서 코스 자체가 다른 미국 투어 진출을 위해 보강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국 코스가 한국보다 200야드 정도 더 길기 때문에 샷거리를 늘일 필요가 있다. 지금의 드라이버 샷거리가 250야드 정도인데 평균적으로 260~270야드는 나가야 해볼 만하다. 그리고 그곳 선수들이 퍼트에 정말 강하기 때문에 한국과 다른 그린에 신속하게 적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에서 돌아온 후 출전한 김영주골프여자오픈에서는 4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해외 대회 출전이 컨디션에 많은 영향을 미쳤나. 3월27일에 미국으로 떠나서 김영주골프 프로암대회가 열린 4월6일에 돌아왔다. 일정이 빠듯해 집에 들르지 못하고 인천에서 김포를 경유해 곧바로 제주로 왔다. 휴식은 고사하고 연습라운드도 하지 못한 채 1라운드를 시작했는데 역시 플레이가 순조롭지 못했다. 대회 직후 시차적응에 가장 큰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국에 가서도 4일 정도는 시차로 고생했다. 원래 한국시간에 익숙했으니 돌아와서는 금새 적응될 것 같았지만 웬걸, 저녁 7시만 되면 졸리고 새벽 4시만 되면 눈이 떠졌다. 낮밤이 바뀌다보니 몸이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힘이 없었다.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좀 적응이 되었다. 지난해 해외투어를 병행한 지애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대단해 보인다. 두 번의 경험을 통해 7월에 열리는 US여자오픈 때는 좀더 분발할 것이다. LPGA 투어 경기의 경험을 쌓으면서 미국 진출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을 텐데.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방향도 고려 중이다. 일본은 가깝기도 하지만 문화적인 차이도 없고, 음식도 자주 접해봐서 현지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이 적을 듯하다. 해외파 선수들에게 진로에 대한 조언을 구했을 텐데. 일본에서 활동 중인 선배들은 일본에서 먼저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고 하고, 미국 투어쪽 선배들은 미국으로 오라고 한다.(웃음) 서로 자신이 속한 투어를 추천했지만 모두 힘들다는 얘기는 빼놓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 뛰는 만큼 쉬울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만큼 각오를 단단히 할 것이다. 지난해 힐스테이트 서경여자오픈 우승 후 하반기 세번째 대회인 SK에너지 인비테이셔널에서 또 한 번 우승했다. 목표한 3승째를 기록하면서 의미가 큰 대회였을 듯한데. 비가 와서 2라운드 대회가 전면 취소되면서 마음이 이상했다. 그래서 멘탈쪽을 지도해주시는 김학서 프로님이 다른 게임을 다시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하라고 조언해주셨다. 다음 시합을 새로 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심리적으로 안정됐고 스코어가 잘 나왔다. (신)지애와 마지막 날 엎치락 뒷치락 하면서 플레이 자체를 즐겼다. 한 번은 뒤땅을 치면서 해저드에 빠졌는데 그때도 편하게 생각하고 웃으면서 넘기니 바로 버디 기회가 오고 만회가 됐다. 세 차례 모두 역전승으로 정상에 등극했다.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비결은 무엇인가. 선두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뒤따라가는 것이 쉬운 것 같다. 하지만 따라가야겠다고 마음 먹는다고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선두의 부담이 없으니 플레이가 잘 되고, 잘 되니까 우승도 한 것이다. 편하게 플레이하면 우승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선두가 아닌 점이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 3승에 이어 3년차의 노련함이 더해지면서 이번 시즌 활약이 달라진다. 새롭게 부상하는 후배들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위기의식은 별로 느끼지 않는다. 아마추어 시절에 뛰어났던 선수라도 프로 무대에 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투어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경험이 쌓였으므로 위기상황이나 우승기회, 두 가지 경우에 모두 더 유리하다. 나 스스로만 열심히 하면 아무리 잘 하는 신인도 두려울 이유가 없다. 이번 시즌에는 지난해 우승했던 대회에서 디펜딩 챔피언으로 타이틀 방어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힐스테이트 서경오픈 말고는 다 열리지 않게 됐다. 휘닉스파크오픈과 SK에너지 대회가 없기 때문에 힐스테이트 서경오픈에 주력하게 될 것 같다. 유일한 우승 대회이자 지난해 시즌 2승째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확실히 한 대회기 때문에 더 각별한 우승 욕심이 있다. 지난해와 같은 코스에서 열리는 만큼 본인에게 유리할 것 같은데 어떤가. 레이크사이드 동코스는 국내에서 대회가 열리는 코스 중에 가장 길다. 그린도 딱딱하고 페어웨이도 좁은 편이다. 그동안 여자대회가 많이 열렸던 코스가 아니기 때문에 익숙한 코스도 아니다. 하지만 지난 대회에서 잘 했으니 조금은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과거에는 페어웨이가 좁은 코스에서 샷이 똑바로 날아가면 러프에 빠지는 경우도 경험했는데, 동계훈련에서 집중연마한 기술샷이 있어서 자신 있다. 올해 신지애 선수가 미국으로 진출하면서 상위그룹에 변화가 있는데 라이벌 관계의 선수가 있다면.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서)희경 언니와 나를 라이벌 구도로 몰아가는 것 같다.(웃음) 하지만 언니와 나 사이에 그런 팽팽한 긴장감은 없다. 서로의 스트로크를 봐주고 조언도 많이 해주는 편이다. 지난해에 둘 다 잘했기 때문에 라이벌이란 소리도 듣는 것 같다. '라이벌' 이란 생각은 하지 않지만 굳이 그렇게 말한다면 라이벌이 있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언니가 잘 치면 나도 잘 치려고 할 거고, 내가 잘하면 언니도 잘하려고 하니까 서로 더 많이 노력하게 될 것이다. 투어 3년차에 접어들면서 대학에도 진학했다. 건국대 골프학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진학했다면 지금 3학년일 텐데 2년이나 늦어졌다. 그때는 투어에 입문하면서 투어에 주력하기 위해 학교를 미뤘다.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선수활동에 더 집중하게 될 텐데 학교생활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면 동기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염려되기도 한다.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출전으로 3월말에야 캠퍼스에 첫발을 디딘 김연아보다 더 늦게 학교에 간 것 아닌가? 그렇다.(웃음) 나도 해외대회 출전으로 입학식에 못가 뒤늦게 교수님들을 찾아뵙고 동기들도 만났다. 지난해 투어 2년차로 데뷔 첫승은 물론 통산 3승을 기록했다. 3년차에 접어들면서 지난해를 평가한다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최고의 해였던 것 같다. 우승 없는 신인왕으로 목말랐던 첫승도 하고, 목표로 삼았던 3승까지 이루었으니까. 한일 국가대항전 출전도 목표였는데 그것도 이루었으니 하고 싶은 모든 걸 해낸 셈이다. 그래서 자신감도 많이 얻고 개인적으로 뜻깊은 해였다. 물론 국가간 대항전이기에 한일전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한일대항전 출전이 목표였다는 건 뜻밖이다. SK에너지 우승 직후에도 이제 한일전 출전이 남은 목표라고 밝힌 바 있는데. 지난해 시즌 3승과 함께 가장 의미 있었던 것은 한일전 출전이었다. 주니어 시절에 국가대표를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골프를 통해 나라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었는데 프로에 와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날씨 때문에 대회가 열리지 못했지만 일본 선수들을 만나고,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국가대항전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마추어 시절은 어떻게 보냈나. 일찍부터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지금 LPGA 투어에 진출한 김송희, 김인경이 서문여중 동창이고, 신지애, 최나연도 같이 활동한 동기들이다. 그들이 상위권에 있을 때 나는 대회에서 예선탈락을 경험한 적이 많았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처음 전국대회에 나갔고, 그해 주니어랭킹 14위에 오른 정도다. 그린국제골프배 대회 준우승이 그때까지 기록한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아마추어 마지막 해인 2005년 한국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단독선두, 그리고 한달 후 레이크사이드여자오픈 첫날 단독선두에 올랐다. 하지만 두 차례 다 우승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프로테스트와 2부 투어를 거쳐 투어에 데뷔해야 했다.(웃음) 하지만 오히려 우승하지 못한 두 대회를 통해 더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때 우승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시절에 골프를 시작해 10년이 되었는데 앞으로의 10년은 어떨 것 같나. 골프는 다른 종목보다 선수생명이 길어서 자기관리만 잘하면 오래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들도 그렇고 나역시 여자로서의 삶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희원 선배처럼 일찍 결혼해서도 꾸준히 투어활동을 하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지난해 10월에는 가비아 인터불고 마스터즈 경기 중 홀인원을 기록했다. 그토록 원했던 3승을 이룬 다음 달이었다. 3승도 꿈만 같았는데 홀인원이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더 큰 행운이 올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홀인원은 그 자체로 너무 신기하고 환상적인 일이다. 홀인원을 한 후 아주 특이한 의식을 치렀다고 알려졌는데. 복주머니를 홀에 넣고 캐디와 맞절을 했다. 그곳의 캐디 말로는 그래야 복이 달아나지 않는다고 했다. 홀인원의 복이 함께하니 올해는 더 잘될 것 같다. 상금왕에 도전하면서 해외무대 진출을 위한 발판도 마련할 것이다. 이번 시즌 첫승이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힐스테이트 서경여자오픈이 된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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