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에 원리금보전 중재 신청

금감원에 원리금보전 중재 신청퇴출은행의 자산·부채 차액(원리금 약 900억원)을 보전받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의 「배려」를 기대하며 2년을 기다리던 5개 인수은행들이 더이상 참지 못하고 28일 금융감독원에 은행장들이 연서한 공문을 보내 공식적으로 중재를 신청했다. 그러나 금감원도 예보측에 질의서를 보내 절충안을 모색해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일관, 지난 98년 자의와는 무관하게 부실은행을 인수했던 5개 은행들이 「고단한 빚독촉」을 끝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사후에 문제삼은 파산법인 재산=국민(대동은행 인수)·주택(동남)·신한(동화)·한미(경기)·하나(충청)은행 등 5개 인수은행이 예금보험공사에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원금은 총 769억원이다. 이자부문은 명확한 언급이 없어 대략 실세금리대로 계산하면 원리금 합계가 900억원 가량 된다. 발단은 지난 98년 6월29일 퇴출은행에 대한 계약이전 명령이 떨어지고 자산·부채 실사에 들어가 같은 해 9월30일자로 금융감독위원회에 인수자산 내역이 보고되면서부터. 회계법인이 작성한 보고서가 금감위에 접수되면서 퇴출은행 파산법인이 98년 10~11월 설립됐다. 이때 예보가 실사내역을 문제삼아 사후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퇴출은행의 재산실사를 인수은행이 대행, 모럴 해저드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 결국 사후확인 결과 예금보험공사는 인수은행에 넘겼어야 할 재산이 파산법인에 남아 있다는 결론을 내려 금감원에 보고했다. 이 금액이 769억원이다. 금감원도 과정이야 어찌됐든 예보측 주장에 타당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대안없는 문제제기=표면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을 법한 내용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파산법인까지 설립한 후 사후 확인작업에 나선 것부터가 대책없는 일처리였다는 지적이다. 설령 파산법인에 남아 있는 퇴출은행 재산 중 인수은행이 의당 인수했어야 할 목록이 발견됐더라도 현행 파산법은 파산법인 설립 후 소속된 재산의 임의 처분을 금지하고 있어 정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즉 파산법인 설립이 끝나기 전에 제기됐어야 할 문제가 아무런 대안도 없이 뒤늦게 제기된 셈이다. 예보측의 손을 들어준 금감원도 그 이후의 정산방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못했다. 결국 은행들은 파산법인에 남아 있는 재산도 인수하지 못하고 예보측에서도 돈을 받지 못한 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예보측은 『금감원에서도 인정한 사안이니 차액보전을 해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고 인수은행측은 『돈을 못주면 재산이라도 인수하도록 해줘야 하는데 무작정 버티고만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울상이다. 더욱이 은행측은 「모럴 해저드」 운운에 대해선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 퇴출은행 직원들이 시위를 벌이느라 못한 재산 실사작업을 회계법인과 공동으로 대신했으며 총 인수재산 30조~40조원 가운데 고작 769억원이 문제가 된 것은 짧은 기간 동안 실사작업이 정밀하게 진행됐음을 의미한다는 주장. ◇관계 당국의 책임회피=인수은행들은 28일 이러한 문제를 금감원에 제기, 조정을 신청했다. 인수 당시 계약서상에 예보와 은행이 의견일치를 못볼 경우 금감원이 조정역할을 맡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감원도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예보측에 의견을 구해 절충을 모색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예보는 예보대로 지난일을 들춰 문제를 확산시키고 싶지 않은 기색이다. 예보 관계자는 『예보가 자금을 부담하기 곤란한 사안』이라며 『현재로서는 절충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98년 당시의 엉성한 문제제기가 금융구조조정의 짐을 진 인수은행들에만 부담을 전가한 셈이 됐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7/28 18:11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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