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피해소녀 상담내용 공개 했어야 했나

"마음의 공허함과 애정결핍이 드러났다." "부모에 대한 개념이 없어지고 가족 간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2일 인천 아동학대 피해소녀를 만나 내린 진단이다. 소아정신과 전문가인 신 의원은 HTP검사(나무·집·사람을 그리게 해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검사)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신 의원의 진단은 한 주요 일간지의 1면 톱기사로 게재됐다.


정신보건법 42조는 정신과 전문의가 직무의 수행과 관련해 알게 된 비밀을 공개하지 못하게 강제한다. 전문의가

환자의 진료내용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서는 피해 당사자나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신 의원은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차트를 보고 진단을 하는 것은 임시 보호자인 인천 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에게 동의를 구했지만 보도까지는 (동의를 구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정법을 위반한 셈이다. 신 의원은 "아이의 상태가 많이 호전된 것처럼 보도가 나오고 그 결과 아이의 고통이 별것 아닌 것처럼 여론이 흘러가는 데 문제의식을 느꼈다"며 "논란이 될 수 있지만 학대 가해자인 아버지의 형량에도 영향을 주는 문제"라며 검사 결과를 언론에 알린 배경을 설명했다.

신 의원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피해소녀의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전 국민에게 알려졌다. 피해소녀의 실명과 사진이 노출된 것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안다. 언제든지 피해소녀에게는 과거의 상처가 헤집어질 가능성이 남게 된다. 특히 정신적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민감하다.

신 의원은 HTP검사를 언론에 보도하기에 앞서 보호자의 의견을 구했어야 옳다. 신 의원이 선의로 했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보호의 1순위가 돼야 함은 자명하다.새누리당은 연일 피해소녀를 아침 회의에서 언급하며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23일에는 당정협의를 통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한 관계자는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렇게라도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져주고 법령이 개선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부=전경석기자 kada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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