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새정부 출범 '먹구름'

"라호이 총리 연임 반대" 제2 정당 지지 못받아… 내각 구성 진통

지난 20일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우파 집권 국민당(PP)이 제2정당 사회노동당(PSOE)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면서 새 내각 구성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사회노동당 대표는 이날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를 만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국민당 정부나 라호이 총리의 연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국민당은 총선에서 최다 득표를 했지만 전체 350석의 과반(176석)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12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연정을 구성하려면 최소 53석의 지원세력이 필요하지만 90석의 중도좌파 사회노동당이 연정을 거부해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소수 정당과 힘겨운 협상을 벌여야 할 처지가 됐다.

라호이 총리의 다음 협상 상대는 선거에서 파란을 일으킨 신생 좌파 정당 포데모스(69석)다. 라호이 총리는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포데모스 대표와 다음주 초 만나 연정 협상에 나설 예정이지만 다른 정당과 달리 포데모스는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카탈루냐주를 지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국민당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비교적 정치적 입장이 가까운 중도우파 시우다다노스(40석)와 연대를 모색하는 게 차선책이지만 시우다다노스 의석만으로는 연정 구성이 힘들다는 게 문제다.

여기에 제2정당인 사회노동당이 자체적으로 연정을 구성할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걸림돌이다. 사회노동당이 포데모스를 비롯해 다른 소수 정당의 지지를 얻는다면 포르투갈처럼 제1당을 제치고 소수정당 연정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법에 따라 새 정부가 구성되면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한 새 총리를 국왕이 임명한다. 만약 총리 지명자가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하지 못하고 선거 후 두 달 안에 정부가 구성되지 못하면 다시 총선이 치러진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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