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래에셋, 이제부터 글로벌 IB들과 경쟁하라

자본금 8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한다. 산업은행은 24일 이사회를 열어 KDB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미래에셋 컨소시엄(미래에셋증권·미래자산운용)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대우증권을 인수함으로써 자기자본 규모만도 7조8,600억원대의 초대형 증권사로 변신하게 된다. 합병 증권사는 현재 업계 1위인 NH투자증권과 비교해도 자기자본에서 3조 2,500억원을 초과하는 규모다.


초대형 증권사의 탄생은 그동안 수차례의 자본시장선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규모의 경제' 실현에 역부족이었던 국내 금융투자 업계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지각변동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자산관리와 해외 투자에 강한 미래에셋증권과 투자은행(IB)·리테일 분야에 강점이 있는 대우증권이 합쳐지면 통합 증권사 자체에 강력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개별 회사 차원을 넘어 우리 금투 업계 전반의 '파이'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증권주 대부분이 주식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 간 합병으로 탄생할 초대형 증권사의 지향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표현대로 국내 시장의 좁은 울타리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터닝포인트가 돼야 한다. 박 회장은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증권을 품고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주겠다"며 글로벌 IB들과의 진검승부를 예고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공기업인 대우증권 매각과 관련해 "시장의 플레이어를 시장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금융개혁의 일환"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금투 업계가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다.

그러나 글로벌 관점에서 합병 증권사는 여전히 작은 규모다. IB 분야의 글로벌 1등 업체인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이 90조원에 이르는데다 아시아 1위인 일본 노무라증권과 비교해도 3분의1에 불과한 실정이다. 다행인 점은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글로벌 IB 도약을 위한 도전을 밝히는 등 우리 금투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산업의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이 IB 부문으로부터 첫 출발의 고동을 울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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