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은행 산업] 수수료 인하… 연체율 증가… 4분기부터 잿빛구름

<상> 꺾이는 이익 곡선
내년에도 저금리 지속·대출 확대 제한따라 순익 감소 불보듯



우리 은행들은 올 한해 15조원 안팎의 대규모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로만 40조원 가까운 이익을 거둘 수 있을 듯하다. 겉으로만 보면 더 이상 화려할 수 없다. 그런데 속을 보면 기류가 심상치 않다. 파란 빛의 경영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내우외환이다. 유럽 재정위기는 풀리지 않는데 내부적으로는 높은 예대마진과 각종 수수료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탐욕의 덫에 빠져 있다. 최근에는 버는 돈을 줄이고 사회공헌을 늘리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맞는 말이지만, 금융에 포퓰리즘적 성향이 짙게 배면서 '금융회사'라는 성격이 퇴색하고 있다. 대신 공기업과 다름없던 10여년 전의'금융기관'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 사이 이익곡선이 꺾이는 모습이 뚜렷하다. 은행산업이 기로에 선 셈이다. 은행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대안을 찾아본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가계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을 보면 대손율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많이 올라갈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세계경제가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대손충당금 등을 더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3조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신한이지만 4ㆍ4분기부터는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 말이다. 은행산업에 잿빛 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올 들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던 순익이 4ㆍ4분기부터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4ㆍ4분기는 계절적으로 연중 순익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지만 올해는 대규모 충당금 적립 등으로 기여도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 인하 등 부담은 가중되는데 부실채권 비율은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 악재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4ㆍ4분기부터 순익 대폭 줄 것=KBㆍ우리ㆍ신한ㆍ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의 경우 3ㆍ4분기 순이익 규모가 2ㆍ4분기 때보다 2,000억원 이상 줄었다. 2ㆍ4분기에 현대건설 매각이익이 들어 있었지만 4ㆍ4분기에는 순익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당국이 올해 말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충분히 적립하라고 지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충당금 적립기준을 은행들과 협의 중"이라며 "내년 경기에 대비해 올해 충분히 쌓으라는 게 당국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은행권의 올해 순익을 17조~18조원으로 예상했지만 추가 충당금 적립에 따라 15조원으로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지주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연말에는 판매관리비를 많이 사용하고 부실채권을 많이 상각한다"면서도 "올해의 경우 국제회계기준(IFRS)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모든 금융사들이 내년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내년도 전망도 불확실=은행산업의 여건은 내년에도 좋지 않다. 전통적으로 은행은 금리상승기에 예대금리차로 돈을 많이 번다. 그러나 내년에도 한국은행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당분간 현수준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아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수료 인하도 부담이다. 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의 경우 송금과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연간 1,000억원씩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가계부채 축소정책의 일환으로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확대를 억제해 먹거리가 부족한 것도 걱정거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도 내년 순익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년 당기순이익 목표를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정했다. 올 목표치인 1조8,000억원보다 3,000억원 줄어든 것이다. 신한도 올해 2조원 내외에서 내년에는 1조원대 중후반으로 줄이고 국민은행은 올해 2조원인 순익목표를 내년에 대폭 낮출 방침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내년에도 은행권의 성장목표는 명목경제성장률(실질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대출로 돈을 많이 벌던 시대는 지났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연체율도 꿈틀=아직까지 은행권의 연체율은 적정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높아지는 모습이 나타난다. 올해 가장 장사를 잘했다는 신한금융그룹도 9월 말 현재 연체율이 1.97%로 6월 말에 비해 0.08%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말 1.8%였던 연체율이 올 3월 1.84%로 오르더니 줄곧 높아지고 있는 것.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도 9월 말 현재 기업대출 연체율이 1.3%로 6월 말에 비해 0.23%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의 총연체율은 1.09%로 전분기 대비 0.01%포인트 감소했지만 전년 말과 비교하면 0.09%포인트 올랐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최근 중소기업 등 일부 대출 항목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늘고 있다"며 "내년에도 L자형 침체가 계속되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부실증가로 은행권 순익은 크게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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