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또 시장의 예측을 빗나갔다. 7,000억달러 규모의 미 구제금융법안이 상원을 통과,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뒤로 한 채 달러 수요가 몰리며 36원 이상 폭등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구제금융 효과보다 외화유동성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외환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극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일 환율은 전날 밤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1,190원대로 상승한 분위기를 타고 8원 오른 1,19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30분이 채 안돼 1,200원선을 돌파했고 오전10시20분께 미 구제금융안의 상원 통과 소식에 잠시 주춤했지만 한시간 뒤 1,210원을 넘어섰다. 오후2시30분쯤에는 1,220원도 뛰어넘더니 결국 1,223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예상을 깨고 급등한 이유는 외환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외화유동성 불안감 때문이다. 미 구제금융안의 하원 통과에 난항이 예상되는데다 통과되더라도 국내 금융시장에 달러가 제대로 공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전망이다. 실제 3개월물 리보(LIBORㆍ런던 은행 간 금리)는 전일 4.05%에서 4.15%로 급등했고 달러화는 밤 사이 유로화 대비 여전히 강세를 유지해 달러난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게다가 이날 외환보유액이 6개월 감소하며 1년9개월 만에 최저치로 줄었다는 소식과 당국의 은행권 직접 외화대출이 어렵다는 방침으로 외환 스와프시장에서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현물환율과 선물환율 간 차이)는 전일 대비 1원50전 떨어진 -7원을 기록했다. 달러 수요가 더 증가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미 제조업지수가 둔화되고 미국 내 현대차 판매도 20% 이상 감소하는 등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돼 국내 수출이 흔들리며 펀더멘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역외세력의 달러 매수세를 촉발했다. 국책 은행들이 외화차입 상환을 위해 시중에 대출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진 점도 외화유동성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달러 부족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대되면서 스와프시장이 나빠졌고 환율도 크게 올랐다”며 “특히 금융위기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실물경제까지 흔들리자 역외매수세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장중 고점인 1,230원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당분간 등락이 심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