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401호에서 열린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재판에서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처음 증인으로 참석해 엄벌에 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하얀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치마를 입은 교복 차림의 여학생이 토끼 인형을 가슴에 안은 채 친구의 손을 꼭 잡고 법정에 들어섰다.
증인석에 앉은 여학생은 배가 침몰될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답변을 이어가며 옆에 앉은 친구의 손을 놓지 않았다.
‘사고 당시가 떠올라 괴로운가’라는 검사의 마지막 질문에는 목이 메인 듯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장은 서기를 향해 “검사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기록해달라”고 주문한 뒤 서둘러 증인신문을 마무리했다.
앞서 여학생 4명도 친구 또는 교사의 손을 잡고 법정에 나와 기억하기 싫은 당시를 떠올렸다.
증인으로 나선 학생 6명 가운데 1명은 심리적 안정을 위해 법정 옆에 마련된 화상증언실에서 증언했다.
학생들은 차분하게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일부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하다가도 ‘탈출 과정에서 승무원이나 해경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나’라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단원고 학생들, 움직이지 말고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내용의 선내 방송이 반복됐다는 학생 증언이 이어질 때에는 ‘잊지 말아 주세요’라고 적힌 노란 팔찌를 찬 학생 부모가 한숨 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한 학생은 “콸콸 물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옆에 있던 캐비닛이 부서지는데도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나왔다”며 “처음부터 대피하라고 했으면 많은 친구들이 부서진 캐비닛을 밟고 빠져나왔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학생들은 증인신문이 끝날 때마다 승객을 버리고 먼저 배에서 빠져나온 승무원들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학생은 “친구와 선생님 생각이 나고 가끔 꿈도 꾼다”며 “처벌도 중요하지만 친구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학생들은 앞서 오전 9시 45분께 버스를 타고 법원에 도착했으며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일반인과 취재진의 접근을 엄격히 통제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