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정권은 19일 온건파인 킨윤 총리(65)를 해임하고 후임에 서 윈(Soe Win) 중장을 임명했다고 미얀마 국영 라디오와 TV 방송이 일제히 보도했다.
방송들은 짧막한 성명에서 "건강상 이유로 킨 윤 총리의 퇴진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건강문제로 각료가 퇴진한다는 발표는 미얀마 군부정권 하에서 숙청시 사용돼 온 완곡한 표현이기 때문에 킨 윤 총리가 권력싸움에서 밀려 사실상 축출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방송들은 아울러 킨 윤 총리의 후임으로 최고권력자 탄 쉐 의장이 이끄는 군부정권인 국가평화발전위원회(SPDC)의 제1서기를 맡아온 서 윈 중장이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서 윈 중장은 야당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 여사 주도의 민주화 운동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미얀마의 고립화 정책이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태국 정부 대변인은 킨 윤 총리가 부패혐의로 해임돼 가택연금 상태에 처해졌다고 밝혀 미얀마 군부정권의 권력 변화에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자크라폽 펜카이르 태국 정부 대변인은 "양곤 주재 태국 대사로부터 외교적 채널을 통해 킨 윤 미얀마 총리가 해임돼 부패혐의로 가택연금 상태에 놓인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 정권 지도자들 중 가장 개혁적인 인물로 알려진 킨 윤 총리의 해임과 가택연금은 그가 중부 도시 만달레이를 방문하고 양곤으로 돌아온 18일 밤 취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임시 정부는 국경 검문소들을 폐쇄했다.
킨 윤 총리는 미얀마 정권을 대외적으로 대표해온 인물로 연금된 아웅산 수지야당 지도자와의 대화를 지지해왔으나 정부 내 강경파의 득세에 따라 입지가 약화된것으로 전해졌다.
킨 윤 총리의 퇴진으로 군부정권 내 균형이 강경파 쪽으로 기울 것으로 보이며 야당 지도자인 아웅 산 수지 여사측과의 화해 또한 더욱 지연될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미얀마와 태국의 군 및 외교 소식통들은 킨 윤 장군이 군정보기구(MI)에서 숙청돼 '보호 구금'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MI의 의장이며 미얀마 군사정권 서열 3위인 킨 윤 장군은 자동차편으로 미얀마 중부 도시를 방문하고 양곤으로 돌아오는 길에 18일 오후 5시 체포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또 정부 각료들에겐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19일 오전 비상상황실 회의에 전원 참석하라는 통지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의 탁신 치나왓 총리는 이에 대해 19일 "이웃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는지 확인하려고 노력 중"이라면서 "쿠데타는 아니지만 미얀마 정권에 변화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미얀마의 관영 언론들은 윈 아웅 외무장관과 농업관개장관, 교통장관의 경질을 포함한 개각을 발표하면서 후속으로 이번 주에 모종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최근 샨주(州)의 무세에서부터 MI 구성원들을 숙청하기 시작,MI 장교들 중 일부는 부패 혐의로 군사법원에서 즉결재판을 받고 20년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고 양곤의 소식통들은 전했다.
미얀마의 대외정책 결정에 있어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장군들 중의 한 명으로 꼽혔던 킨 윤 장군은 지난해 8월 총리직에 임명됐으나 정권 실세인 탄 쉐와 갈등을 빚어왔다.
탄 쉐 장군과 마웅 아예 군 사령관에 비해 상대적 온건파인 킨 윤 장군이 실각함에 따라 미얀마는 다시 고립주의 정책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킨 윤 총리는 지난해 7개 항의 '민주화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아웅산수지 여사가 가택연금 하에 있는 상태에서 추진되는 민주화는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비등해 실행하지 못했다.
(양곤<미얀마>.방콕 AFP.AP.d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