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2만달러 국가로 가는길

참여정부는 그 동안 `동북아경제중심국가`와 `국가균형발전`을 경제비전의 두 축으로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소비가 위축되고 전체적인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자 새로운 국정지표로 `소득 2만달러` 실현을 내걸었다. 지금의 불황은 국민의 정부에서 시작한 인위적인 내수 진작의 부작용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초반으로 낮아지고 있고, 정부는 콜금리 인하, 감세,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하여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경영의욕이 회복되지 않고는 경제성장과 소득2만달러 달성은 난망하다. 따라서 경제정책의 주안점은 기업환경의 자유도를 높여 기업의욕을 고취하는데 두어야 한다. 군사독재, 북한의 위협과 사회혼란에도 낙심하지 않고 굳건히 기업을 지키고 키워왔던 우리 기업인들이 최근 국내에서 기업하기를 포기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후진국이 개발도상국가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경제발전에 관심을 갖는 정치가와 강력한 행정관료가 있어야 하며, 개발도상국이 중진국이 되려면 강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가군의 출현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진국이 선진국(소득 2만달러 국가)이 되기 위해서는 경영과 기술의 혁신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복잡계 세계에 대응할 수 있는 자율 반응적 시스템의 구축과 운영능력, 기술발전의 불연속선을 극복할 수 있는 R&D능력, 민간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현명한 정부의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리고 전문경영자와 역량있는 기술자들이 국가경영의 주역으로 등장해야 한다. 개발연대를 거쳐온 관료들은 경제성장의 제1요소로 설비투자를 생각하지만 지금은 국가경영시스템의 구축과 운영능력의 업그레이드가 급선무다. 소득2만달러 국가진입에는 강력한 정치적 신념, 세계 제일주의 정신, 자식과 마누라 빼고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변화관리능력이 필요하다. 수백만 명의 직업변동, 산업구조의 디지털화와 고도화에 다른 지각변동, 금융시장의 대청소 등이 선진국가 진입에 수반되는 필수적인 비용이다. 단기적으로는 재정자금의 살포나 설비투자진작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자유로운 기업환경을 보장하는 제도와 분위기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지배차단, 대주주의 부당거래금지, 포괄주의 과세를 통한 부의 부당세습차단, 경영의 투명성 강화, 증권분야의 집단소송제 도입, 재산세 과세표준의 단계적 인상과 같은 경제정의의 구현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취될 수 있다. 소득 2만달러 국가 진입에 필수적인 자유로운 기업환경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국정 우선과제의 명단을 제안한다. 예산이 별로 필요없다는 공통점이 흥미롭다. 첫째, 노사관계의 정상화다. 노조의 불법행위를 금하고 무노동 유임금,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사실상의 종신고용보장 등 국제기준과 맞지 않는 한국특유의 노사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동시에 근로자의 이익참여제도, 노동시장 유연화, 부당노동행위 감시강화 및 고용정보체제 구축을 내용으로 하는 노사개혁을 이뤄야 한다. 둘째, 전국규모의 과감한 규제개혁과 모든 경제규제의 원칙적 철폐다. 상공회의소가 주장하는 규제자유특구, 재정경제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특화발전특구 등 명칭에 관계없이 밑으로부터의 규제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지역발전의 기폭제가 된다는 점이 이 방안의 특별한 매력이다. 셋째, 각급 기관과 기업의 성과를 평가ㆍ감시ㆍ감독하는 각종 감독ㆍ감사기구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넷째, 우리 경제의 구조를 바로 잡고 성장잠재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대기업이 여러 개 출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동시에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의 창업과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다섯째, 기업발전의 지속과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계속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보다는 제도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이사군(群)를 양성하는 일이 중요하고 시급하다. 여섯째, 국가경영의 주역을 관료나 학자 출신으로부터 시장과 경영을 이해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로 대체해야 한다. 한 두 사람의 기용으로는 부족하며 전문가군(群)을 대거 영입해 국정의 주요 분야에 포진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이미지의 일류화다. 국가가 국민과 기업에 할 수 있는 최대의 서비스는 국가이미지ㆍ브랜드가치의 제고로 투자효과가 매우 높은 분야다. <김일섭(이화여대 경영부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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