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공중보건기관 美CDC 사고로 '일시 폐쇄'

세계 최고 공중보건기관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잇따른 위험 병원체 관련 사고로 실험실 두 곳을 일시 폐쇄하게 됐다.

미국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에 따르면 CDC는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본부와 콜로라도주 포트 콜린스에 있는 탄저병과 조류인플루엔자(AI) 실험실 두 곳을 당분간 폐쇄하기로 했다.

CDC는 또한 위험한 전염성 병원체를 다른 실험실로 보내는 업무도 당분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는 안전규정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연구자가 탄저균에 노출될 위험에 처하거나 AI 바이러스 표본이 다른 바이러스에 오염되는 등 사고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5일 발생한 탄저균 사고의 경우 생화학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위험 병원체를 다루는 한 실험실 측이 CDC 내 다른 연구실로 보낼 탄저균 표본을 준비하면서 비활성화 절차를 거치지 않는 바람에 발생했다.

이 때문에 보호장비 없이 해당 표본을 다룬 연구자 60명 이상이 살아있는 탄저균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들은 모두 백신과 항생제를 맞았으며 탄저병에 감염된 사례는 없었다고 CDC는 설명했다.

또 다른 사고는 5월 23일에 발생한 것으로 비교적 덜 위험한 저병원성 AI 바이러스(H9N2) 표본이 치사율이 높은 H5N1형 AI 바이러스에 오염된 건이었다.

이 표본은 미국 농무부(USDA) 실험실에 보내졌는데 다행히 농무부에서 오염 사실을 발견하고 곧바로 CDC의 해당 실험실에 알렸다. 이같은 사실은 그러나 7월7일에야 CDC의 관리자급에 보고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근 두 사례 외에도 2006년에 완전히 비활성화되지 않은 탄저균 DNA가 외부 실험실로 보내지는 등 최근 10년간 3차례의 다른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세계 질병 퇴치의 첨병’으로 불리며 최고의 명성을 쌓은 공중보건기관에서 이런 사고가 잇따른 데에 토머스 프라이든 CDC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여기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놀랍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프라이든 국장은 또 “이번 사고로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행태가 드러났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면서 사고는 물론 보고 지연과 관련된 직원 모두를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내·외부 감사를 통해 최근 발생한 문제를 조사하고 위험 병원체 취급시 안전 절차를 점검하기로 했으며 일시 폐쇄한 실험실 두 곳은 새 안전절차 도입 이후 다시 업무를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프라이든 국장은 지난 1일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발견된 60년 묵은 천연두균 시약병 6개 가운데 2개에 살아있는 천연두균이 남아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시약병에 담긴 천연두균에 의한 감염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문제의 표본은 추가조사를 마친 뒤 모두 파기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CDC는 지난 9일 NIH 구내에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던 실험실에서 밀봉된 유리 시약병 6개가 발견됐으며 그 안에는 동결건조된 천연두균 표본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천연두 종균을 보유한 기관은 CDC와 러시아 국립 바이러스·생명공학 연구센터 두 곳뿐이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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