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와 곰

주식시장은 황소(상승)와 곰(하락)의 싸움으로 불린다. 황소의 무기는 뿔이다. 상대를 공격할 때 머리를 쳐들게 된다. 이는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상징한다. 반대로 곰의 무기는 앞발이다. 상대를 공격할 때 앞발로 내려친다.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요즘 우리 주식시장은 또 다른 황소(외국인)와 곰(개인투자자)의 싸움터가 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6월 2조3,000억원이 넘게 주식을 사들였으며 7월 들어서는 불과 몇일 사이에 투자규모가 8,000억원을 넘어섰다. 5~7월 석달 동안 순매수 규모가 3조7,000억원을 넘는다. 폭발적인 매수세다. 싹쓸이 쇼핑을 보는 느낌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3조4,000억원 가까이 주식을 팔아치웠다. 거의 외국인이 산 만큼 팔았다. 황소의 뿔과 곰의 앞발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와중에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불과 서너달 전만 해도 500선이 위태해 보이더니 시나브로 700선에 다가섰다. 800의 고지가 멀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코스닥도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거침없이 상승하고 있다. 한번 불붙은 주가는 뜨거운 태양볕 아래 놓인 아스팔트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쯤 되면 일단 황소의 승리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당초 전문가들은 지수가 700에 근접하면 개인투자자들이 매수로 전환하면서 유동성 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높아질수록 개인투자자들의 매도물량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수가 700을 넘어선다고 해도 일반투자자들이 매수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이는 정부에서 의도하는 시중 부동자금의 증시유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와 같다. 이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 지금 당장 승부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싸움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주식은 실물경제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하반기 경기가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승자가 결정될 것이다. 투자자들의 촉각은 제로섬 게임의 주식시장에서 누가 먼저 자신의 페이스를 포기할지에 쏠려 있다. <증권부 채수종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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