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경제는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의 외환위기 여파가 필리핀, 말레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확산되면서 문을 열었다.인도네시아가 모라토리엄(외채지불유예)을 선언할 것이라는 우려로 루피아화의 대(對)달러 환율은 1월8일 1만 루피아를 돌파했다.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한 취약한 일본 경제로 엔화 가치는 같은 날 1달러당 133.56을 기록했다.
일본 주식시장의 니케이 주가지수 역시 1만5,000포인트 수준에서 옆걸음을 쳤다. 이에비해 98년초 미국의 다우존스 주가지수는 97년초의 6,600포인트보다 1,400포인트나 오른 8,000포인트 수준으로 쾌조의 스타트를 했다.
세계 각국이 주의깊게 지켜보는 세계경제지표 가운데 하나가 엔-달러 환율. 올초 엔화 가치는 1달러당 134엔 수준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그 후 일본 금융기관의 잇단 도산과 금융경색으로 경기침체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엔화가치는 급속히 떨어져 세계경제, 특히 아시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엔화가치는 8월11일 1달러당 147엔으로 8년만의 최저치로 폭락했다. 일본 경제에 회생의 조짐이 보이지않자 투자자들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데 열중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엔화 약세는 외환위기로 이미 기력이 쇄진한 아시아 국가들의 목을 조였다. 엔화 약세로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데다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경우 아시아에 제2의 외환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그러나 금융관계자들을 더욱 놀랄게 한 일은 8월 중순 이후에 벌어졌다. 이후 10월 중순까지 두달새 엔화 가치가 1달러당 114엔 수준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서방선진국들 간에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미국의 금리인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 경제붕괴로 롱 텀 캐피탈 등 미국계 대형 헤지 펀드들이 대규모 투자손실을 입어 이들에게 대출해 준 미국 은행들마저 휘청거리게 되자 미국은 잇달아 금리를 인하했다. 9월29일 연방기금금리(은행간 하루짜리 콜금리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10월15일과 11월17일 각각 0.25% 포인트씩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 금리인하를 발표했다. 이로써 올초 5.5%였던 연방기금금리는 4.75%로, 5.0%였던 재할인금리는 4.5%로 낮아졌다.
미국의 금리인하는 동남아, 러시아 뿐 아니라 미국의 앞마당 격인 멕시코와 브라질 등 남미국가들의 경기위기 우려에서 비롯, 폭락세로 돌아섰던 미국 주가를 다시 회복시키는 역할도 해냈다.
7월 중순 9,500포인트를 돌파, 1만 포인트를 눈앞에 두던 미국 증시는 이후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 확산과 세계 각국의 경제위기의 여파로 흔들리기 시작, 9월초 7,600포인트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잇따른 금리인하와 세계경제위기가 다소 해소되면서 11월말에는 다시 1만 포인트에 재도전했다.
1만5,000 포인트 수준에서 98년을 시작한 닛케이 주가지수는 대형은행들의 잇단 파산과 기업실적 악화, 경기 회복전망 불투명 등의 악재로 옆걸음질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비해 6,000 포인트대까지 밀렸던 홍콩 증시의 항셍지수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주가지지와 금리인하로 지난 12월21일 1만396.01를 기록하는 등 아시아의 주식시장이 침체의 늪어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서방의 경제전문가들은 아시아 금융시장과 경제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며 신중한 분석을 내리고 있다. 【장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