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세보다 낮게 감정된 다세대주택이 경매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세대주택 밀집지역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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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서울동부지법 경매법정. 이날 이곳에서는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감정가 1억2,000만원인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빌라(대지지분 25.2㎡)가 1억9,055만원에 낙찰됐기 때문이다. 이 물건에는 16명의 응찰자가 몰렸고 낙찰가율은 159%에 달했다.
이 집의 몸값이 상한가를 기록한 이유는 주변 시세보다 감정가가 대폭 낮았기 때문이다. 이 지역 인근 빌라의 3.3㎡당 지분 값은 현재 3,000만원선. 반면 지난해 11월 감정된 이 빌라의 지분값은 3.3㎡당 1,500만원선으로 시세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자양동 학사공인의 이명섭 사장은 “올 들어 자양동이 한강변 재개발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인근 지분 값이 상승했다”며 “하지만 경매에 나온 물건들은 워낙 부동산경기가 안 좋을 때 감정을 받아 현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다세대(빌라) 물건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지난해 다세대 지분 값이 폭락할 때 압류 처분된 물건들이 경매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압류에서 실제 집행까지 통상 6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법원 경매의 특성을 노려 시세보다 감정가가 낮게 나온 다세대 물건을 잡기 위한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
실제로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경매시장에서 다세대 물건의 낙찰가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72.47%까지 떨어졌던 낙찰가율은 지난 3월 들어 80.7%까지 올랐다. 감정가에 근접한 가격으로 낙찰되는 물건의 비중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시장에 나온 전체 물건 중 낙찰된 물건의 비율을 뜻하는 낙찰률 역시 오름세를 유지하며 46.08%를 기록했다.
고가 낙찰사례도 늘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빌라(대지지분 31.9㎡)는 지난달 19일 감정가보다 6,000만원 비싼 2억원에 낙찰됐고 성북구 정릉동의 빌라(대지지분 18.8㎡) 역시 감정가 대비 2,160만원 높은 1억1,16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지난해 하반기 된서리를 맞았던 다세대 물건들이 경매시장에 쏟아지고 있다”며 “뉴타운 등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 20㎡ 이상 거래시 신고해야 하는 거래면적 제한이 풀려 다세대 경매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매를 통한 다세대물건 취득은 면적제한을 받지 않았지만 이제는 경매가 아니어도 넓은 면적의 다세대물건을 사고팔 수 있어 경매 인기가 시들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일범기자 squiz@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