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포커스] 무한확장하는 GA <상>

설계사 2명중 1명 GA로… 전속 이탈 급증
자유로운 출퇴근·많은 취급상품·높은 성공보수에 인기
연말께 역전 가능성 커… "감독·관리 강화해야" 목소리도


소형 생명보험사에서 10여년간 전속설계사로 근무해온 이동건(가명)씨는 최근 대형 법인대리점(GA)으로 적을 옮겼다. 설계사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GA 소속이라도 영업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자유로운 출퇴근 문화와 모든 보험상품을 다룰 수 있는 점도 좋았다. 특히 성공보수 조건이 전속 때보다 좋은 것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바야흐로 GA의 시대다. 올해 말이면 GA 소속 설계사 숫자가 보험사 전속설계사를 앞설 것이 확실시된다. 보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보험설계사는 마치 '야쿠르트 아줌마'와 같은 친밀도 높은 영업으로 시장발전에 이바지했다. 그 선봉에 나선 것이 전속설계사였다. 그러나 GA가 폭풍 성장하면서 보험산업의 트레이드마크인 설계사 시장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GA들이 다양한 사업 모델에 진출하며 금융산업 유통망의 줄기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GA 설계사는 17만9,000명으로 전체(39만6,988명)의 45.1%를 차지했다. GA 설계사 비중은 2012년 이후 빠르게 늘어 2012년 말 39.7%를 기록했고 지난해 말에는 42.0%까지 증가했다.

특히 GA 설계사 증가현상은 신규가 아닌 전속설계사 이탈에 따른 경향이 짙다. 그만큼 증가속도가 가파르다. 올 들어 7개월간 이탈한 전속 설계사 숫자만도 1만6,401명에 달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께 50% 도달이 예상된다. 설계사 2명 중 1명은 GA 소속인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GA 설계사 대부분이 전속에서 적을 옮기는 경우여서 차이가 그만큼 빨리 줄고 있다"며 "GA 설계사가 전속을 앞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GA 소속의 매력은 크게 세 가지다.

성공보수가 전속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게 첫손으로 꼽힌다. GA의 규모나 상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GA는 업적구간이 높을수록 높은 수수료를 지급한다.

가령 월초보험료 총액이 1,000만원이면 400%(GA마다 수수료율은 다르지만)인 4,000만원을 지급(3년에 걸쳐 분할지급)한다고 할 경우 월초보험료 구간이 1억원으로 올라가면 600%인 6억원을 받을 수 있다. 전속 설계사들이 GA로 이동하면서 뜻 맞는 설계사끼리 연합해 활동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사 상품만 다뤄야 하는 전속과 달리 취급할 수 있는 상품에 한계가 없고 근무환경이 전속에 비해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GA로 이동하는 설계사 중 중소형 전속 출신이 많은데 대형 보험사의 경우 상품의 라인업이 촘촘한 반면 중소형사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중소형 생보사 관계자는 "영업력이 뛰어난 설계사의 경우 빡빡한 출퇴근 문화나 정기적인 합숙훈련 등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며 "또 투잡(two job)을 해야만 하는 설계사도 GA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전과 다른 GA의 대형화도 설계사 이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보험산업은 전형적인 규제산업이어서 규정·제도의 변화가 잦고 준수의무가 따른다. 그만큼 본사 차원의 교육이 중요하다. 이전까지는 GA의 규모가 작아 체계적인 교육·훈련이 여의치 않았지만 대형화로 보험사 못지않은 교육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대형 GA 소속 설계사 숫자는 7만8,806명으로 전체 GA 설계사(16만 3,896명)의 48.1%를 차지했지만 올 9월 말 현재 49.2%까지 늘었다.

GA가 계속 대형화하면서 기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시장확대를 위해 대형 GA를 찾는 일이 빈번해졌다. 한 대형 생보사 사장은 "일주일에 하루이틀은 GA를 찾곤 한다"며 "GA들은 아예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대형화만큼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는 소홀한 부분이 많아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당국의 감독에도 아직은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연말께 GA 설계사가 전속을 역전할 가능성이 큰 반면 GA에 대한 감독·관리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며 "감독방향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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