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반도체가격의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악화되면서 기업의 채산성이 떨어지고 체감경기도 냉각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1일 하반기 중동정세가 호전되는 긍정적인 경우에도 두바이유가 배럴당 32달러선을 넘을 것이며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256메가D램 가격이7.7% 하락하는 등 교역조건 악화요인이 산재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수출단가지수를 수입단가지수로 나눈 순상품교역지수는 지난 1분기와 2분기 각각 86.5, 84.6으로 지난 88년 이후 최저수준을 보이고 있고 월별로도 6월에 사상최저치인 82.5까지 떨어지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교역조건의 악화는 유가상승으로 수입단가가 10.6%나 오른 반면, 전체 수출단가는 7.1% 상승에 그쳤기 때문으로 경쟁국인 일본과 대만도 같은 기간 각각 5.5%, 6.6%씩 하락하는 등 석유수입국 대부분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교역조건 악화로 동남아 각국의 무역량 감소와 성장률 둔화는 물론 주력수출시장인 미국시장의 경쟁격화로 한국의 대미수출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연구소는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촉발된 1996년의 교역조건 악화와 이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가 외환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지난 2000년 유가급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성장률이 2000년 8.5%에서 2001년 3.8%로 둔화된데서 보듯, 교역조건 악화가경기둔화의 신호등 구실을 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연구소는 "작년과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는 물량증가에 힘입은 것"이라고 진단하고 "세계경기 둔화와 대외충격으로 교역량이 감소하면 수출물량 증가가 어려워지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역조건 악화의 영향이 본격화된 1997년과 2001년 기업이 매출액 증가율이 각각 10.3%, 1.7%인 반면,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0.3%, 0.4%에 그친 점을 들며기업의 채산성이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교역조건 악화기에 실질 국내총생산과 국민총소득간 격차가 늘어나면서 체감경기 악화가 심화될 수 있을 것으로예상됐다.
연구소는 "하반기에도 유가가 현 수준에서 등락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데다 반도체 가격 약세, 선진국 경기둔화 등으로 교역조건의 악화가 지속되고 수출증가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수출제품의 고부가가치화와 신규 성장산업의 개발로 교역조건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