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 금융 구조조정 `파수대'로 부상

예금보험공사가 4월1일로 통합 출범 1주년을 맞이했다.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4월 예금보험기금, 증권투자자보호기금, 보험보증기금, 신용관리기금이 각각 나누어 맡고 있던 은행, 증권, 보험, 종금, 신용금고의 예금자 보호업무 등을 하나로 모은 뒤 「금융 구조조정의 핵심기관」으로 부상했다. 통합 출범 1주년을 맞이한 예금공사의 역할과 보험대상 상품, 각국 사례를 통한 예금보험제도의 발전방향 등을 특집으로 꾸민다. 요즘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에서 거래를 트면 통장의 첫 페이지에 이런 안내문이 나와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예금은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됩니다」 또는 「이 금융상품은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2000년 말까지만 보호됩니다」, 「이 금융상품은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되지 않습니다」 예전 같으면 무심코 지나치기 쉽겠지만, 수많은 금융기관이 문을 닫고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뒤에는 일반인들의 예금보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민들이 입을지 모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 각 금융기관의 통장이나 홍보물에 예금보험 관계 안내문을 표시토록 의무화시켰다. ◇예금보험제도란= 금융기관의 파산 등의 이유로 예금자의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대신 지급해주는 기능을 한다. 평소 금융기관들로부터 징수했던 보험료를 재원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융기관의 파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금융제도의 안정을 유지하는 일종의 「사회안전장치」인 셈이다. 우리나라에 이 제도가 도입된 것은 지난 97년. 당시에는 『은행이 망할리도 없고, 정부가 금융기관을 묵시적으로 보호하고 있는데 무슨 예금보험이냐』며 일각에서는 반발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97년말부터 시작된 IMF 한파로 종금사와 은행들이 줄줄이 쓰러지자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를 내렸고 예금보험제도가 정비되기 시작했다. 재정경제부 산하기관인 예금보험공사는 예금자로선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의 역할은 단지 금융기관이 망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수동적인 데 그치지 않는다. 금융기관이 망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금융기관 지원 및 부실 금융기관 정리, 예금자보호, 금융기관 감독 등을 맡는다. 이때문에 예금보험공사는 사실상 금융정책의 커다란 축을 이루고 있다. 예금공사가 현재까지 금융 구조조정과 예금대지급에 투입한 자금은 무려 30조8,864억원에 달한다. ◇금융기관 지원= 예금공사는 금융감독위원회가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현물출자를 요청할 경우 출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를 맞추기 위해 4조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을 때 일부를 매입했다. ◇구조조정 지원= 금융기관간 합병이나 인수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금액만큼을 출자해 「건전 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게 하는 산파역을 하는 것. 한빛은행 출범에 3조2,642억원을 출자한 것을 비롯해 하나-보람 합병에 3,295억원, 5개 인수은행에 1조1,923억원을 지원했다. 우량 금융기관에 부실 금융기관의 합병을 알선하거나 제3자에게 인수를 알선하는 역할도 한다. ◇부실금융기관 처리= 기본적으로 가교은행(BRIDGE BANK)을 설립해 처리하는 것이 기본방향. 은행이 갑작스럽게 파산할 경우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데 목적이 있다. 가교은행은 업무정지된 부실 금융기관의 자산과 부채를 일괄적으로 사들인 뒤 제한적인 범위내에서 예금과 적금 지급, 대출회수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최종적인 목표는 제3자인수 시키는 것으로 인수 전에 자산 및 부채 실사작업을 벌여야 하지만 시일이 오래 걸리는 만큼 이 기간중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또 부실채권은 부실채권 정리기금에 매각해 정리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5개 퇴출은행을 국민은행 등이 각각 인수하는 「짝짓기」식으로 은행 구조조정이 이뤄졌지만, 앞으로 퇴출은행이 나온다면 예금공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대상은 은행 뿐만 아니라 종금,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기관에 적용된다. 정부는 이미 종금업계 구조조정을 위해 가교종금사인 한아름종금사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금융기관 감독=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금감위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예금공사는 예금자보호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금융기관에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할수 있다. 또 금감위에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를 요청하거나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검사를 할 수 있다. 검사 결과 부실의 정도가 심해 예금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판단이 서면 금감위에 해당 금융기관의 계약 이전 명령이나 파산신청을 요청할 수 있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지금으로서는 모두 국민의 부담이다. 예금보험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 금융기관에서 보험료로 걷어들인 금액이 수요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켓」인 실정. 정부의 출연금(국민 세금)과 예금보험기금 채권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정부가 예금보험과 부실채권 정리(성업공사)를 위해 발행하는 채권은 모두 64조원 규모. 공채로 발행된 만큼, 이자는 국민의 세금에서 나간다. 4인가족 기준으로 1가구당 66만4,810원을 부담해야 한다.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해가면서 구조조정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앞으로 예금공사의 과제다. 【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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