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돈되는 건 줄줄이 '바겐 세일' 한다지만…

상당수 매수자 찾지 못한 '쭉정이'
국영자산 '헐값매각' 여론도 악화
"유동화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칠것"


비행기ㆍ카지노ㆍ경마사업…돈 되는 건 다 나오지만 실제 팔릴 지는 '글쎄…' 극심한 재정난 때문에 유럽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그리스가 자구책의 일환으로 실시하려는 대규모 국유자산의 민영화 계획이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국가부도 위기에서 모면하기 위해 오는 30일 의회 표결을 거쳐 온갖 국유자산을 대거 시장에 쏟아 낼 계획이다. 국영자산 헐값 매각에 대한 여론 악화로 민영화안 통과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통과가 된다고 해도 악화하는 시장 여건과 국민들의 거센 반발 속에서 그리스 정부가 실제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은 당초 목표치인 500억 유로의 4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에 따르면 그리스는 구멍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오는 2015년까지 에어버스 제트기 4대와 카지노 지분, 경마사업 면허, 복권사업, 우정사업, 도로ㆍ공항 등 돈 되는 자산은 줄줄이 내다 팔 계획이다. 그리스 정부가 이러한 민영화 작업을 통해 마련하기로 한 자금은 오는 2015년까지 총 500억유로(77조원 상당). 지난 2000년 이래 11년 동안 꾸준히 진행해 온 국영자산 민영화를 통해 마련한 자금이 100억 유로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도 안 되는 기간에 5배나 많은 매각대금을 긁어 모아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그리스의 자산매각 계획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영 토지 매각을 반대하는 국민 여론과 국영기업 매각을 거세게 저지하려는 노조의 반발 등이 순탄치 않은 앞길을 예고하고 있는데다, 정부가 매각대상으로 지목한 자산 가운데 상당수는 오래 전 매물에 나왔는데도 매수자를 찾지 못한 '쭉정이' 자산으로 평가되는 실정이다. 게다가 경제난과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자산 가격은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태이고, 재정위기국인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는 물론 스페인까지도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항이나 국영사업 등의 자산 매각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어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탈리아의 민영화 관련 조사업체를 인용, 그리스가 내놓을 국유자산 매물 가운데 실제 팔릴 수 있는 자산은 130억 유로 규모에 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15개 상장업체의 지분 66억 유로어치와 70개 비상장기업의 지분 70억달러 어치정도를 제외하면 팔릴 만한 자산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탈리아 투린대학의 베르나르도 보르톨로티 기업금융 교수는 "현 단계에서는 주식회사 그리스가 얼마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부가 기대하는) 500억 유로에는 못 미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당초 그리스에 대해 민영화를 통해 500억 유로를 조달할 것을 요구한 유럽연합(EU)이 주목한 자산은 그리스 정부가 보유한 토지였다. 그리스 정부는 해변과 상업용지, 농지 등 전국에 7만여건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가치는 수 년 전까지도 3,00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막대한 국유 부동산은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못한 채 무단점유 상태로 방치돼 왔기 때문에 이를 정리하고 실제 매각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노동계와 시민들은 정부의 재정긴축과 국유자산 민영화 계획에 거세게 반발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29일과 30일 의회의 중기재정계획 표결을 앞두고 28일부터 약 2만명의 시민이 아테네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돌을 던지고 유리창을 부수는 등 대규모 시위를 벌였으며 공공 및 민간부문을 대표하는 공공노조연맹(ADEDY)과 노동자총연맹(GSEE)은 긴축안에 항의해 48시간 동시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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