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기아차 ‘빨간 불’ 들어오나?

오늘 임금 재협상…장기화되면 생산차질도 불가피


사측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잠정 임금협상안을 거부했던 기아차 노조가 11일 사측과 재협상에 나섰다.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차질도 불가피해 국ㆍ내외에서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기아차에 ‘빨간 불’이 들어올 수도 있을 전망이다. 기아차 노조는 교섭단 회의를 통해 이날 오후 3시부터 사측과 올해 임금 재협상을 시작했다. 기아차 노사는 당초 지난달 22일 임금협상과 관련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27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46.8%의 찬성률로 부결됐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9만원(5.17%) 인상, 성과ㆍ격려금 300%+700만원 지급, 자사주 80주 지급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했고, 이날 재협상에 들어갔으나 원활하지 않을 경우 투쟁 숫순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올해 임협이 장기화 될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기아차 노조는 오는 10월로 새 집행부 출범이 예정돼 있어 늦어도 9월 중순에는 집행부 선거를 마치고 인수인계에 들어가야 한다. 통상적으로 노조 집행부 선거가 시작되면 임협이 중단되고 노조는 선거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선거 운동에 한달 정도에 기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8월 중순까지는 임협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일 그때까지 노사 양측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다면 자칫 올해 임협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기아차는 지난 2009에도 노조가 사측과 협상을 중단하고 선거 체제로 전환해 12월에 들어서야 교섭을 재개해 이듬해 1월 협상이 마무리된 경험이 있다. 올해도 단기간에 임협에서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연말 혹은 해를 넘겨 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주 재협상은 올해 임협이 극적 재합의 도출 혹은 장기화로 가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번 재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임협이 장기화되면 노사 양측 모두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지난 2009년 당시 임협이 장기화될 때 기아차 노조는 당시 19차례의 파업으로 생산직 1인당 167만원의 임금 손실을 감수해야 했고, 회사도 6만여대의 생산차질과 1조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올해도 협상이 순탄치 않아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조합원들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임금 손실을 입게 되며 무분규를 전제로 한 무상주도 받지 못하게 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2년 연속 무분규로 잠정합의를 이끌어내던 차에 합의안 부결에 이어 재협상마저 난항을 겪을 경우 과거의 노사 관계로 회귀하는 꼴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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