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 위축에 수출까지 둔화 상품·소득·서비스수지 '트리플 추락' 고착화하반기도 해외여행·파업여파등 악재 수두룩올 흑자 달성한다해도 내년 적자 불가피할듯흑자목표 수정등 경제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경상수지 두자릿수 흑자 시대의 콧노래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끝내야 할 성싶다. 경상수지만 따지면 우리 경제는 사실상 외환위기 직전으로 돌아갔고, 이제 '적자국가'라는 오명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눈앞에 다가왔다. 정부와 한국은행으로서는 당장 대폭 하향 조정했던 경상수지 흑자 목표를 다시 낮춰야 할 형편이 됐고, 만성 적자의 된서리를 맞지 않기 위한 특단의 처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실로 다가온 '트리플 추락'=경상수지의 핵심 항목은 서비스 수지와 소득수지ㆍ상품수지 등 세 가지. 우리 경제는 이중 만년 적자행진을 벌여온 서비스 수지를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버텨왔다. 서비스 수지로 까먹은 돈을 상품수지가 만회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내역을 보면 패턴이 뒤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대 항목이 동시에 수축되는 '트리플 추락'이 굳어지고 있는 것. 서비스ㆍ소득수지는 적자폭이 갈수록 커지는 반면 상품수지 흑자는 줄어들고 있다. 서비스 적자는 지난해 62억달러에서 올해 88억달러로 42%나 급증했다. 너도나도 해외로 떠나고 정부도 환율방어라는 명목 아래 이를 방조ㆍ조장해왔다. 소득수지는 새로운 독(毒)이 됐다. 우량기업들이 대거 외국인 손으로 넘어가면서 배당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소득수지 적자폭은 21억달러에 달해 지난해보다 3억달러나 늘었다. 반면 상품수지는 상반기 128억달러 흑자에 그쳐 전년 동기보다 50억달러나 줄었다. 실컷 물건을 팔아도 해외여행이나 외국인들에게 주는 배당금을 채우지도 못하는 비틀린 구조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게다가 연이은 파업과 자동차ㆍ반도체 등 캐시카우 업종의 위축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수출 증가율과 이로 인한 상품수지 흑자 축소는 트리플 다운이 가속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수출 비상등, 경상수지에 결정적 암초 등장=문제는 암운이 더욱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당장 7~8월 서비스 적자폭이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해외여행 경비 지출액은 11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1.6%가 늘었는데 앞으로도 이 추세는 계속될 듯하다. 지난해의 7월과 8월 해외여행 경비 지출액은 11억달러와 12억달러. 현추세를 보면 올해는 27억~30억달러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상품수지는 더욱 오그라들고 있다. 자동차 파업 사태로 당장 7월 중 상품수지가 나빠질 게 뻔하고 반도체 등의 시황도 좋지 않다. 한은은 "파업 요인은 연말까지 잔업 등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지만 세계 경기 위축 현상을 보면 여유롭지 못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OECD 경기선행지수가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에 들어서는 등 선진국 경기둔화가 예상된다"며 하반기 수출 증가율이 한자릿수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 여기에 중국의 긴축정책, 일본의 금리인상 등 수출을 둔화시킬 요인들이 산적해 있고 경상수지를 갉아먹을 요인들 또한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연간 수지 적자 가능성=한은은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 경상수지 흑자 전망을 지난해 말 160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크게 낮췄다. 하지만 이런 전망조차 의미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당장 한은은 상반기 경상수지 전망을 '균형(0)'으로 봤지만 오차를 내고 말았다. 현추세를 감안하면 경상수지 흑자 축소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 연간 경상수지가 적자를 낼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LG경제연구원이 4월 174억달러로 내다봤던 경상수지 연간 흑자 전망을 37억달러로 낮춘 데 이어 27일 22억달러로 재차 하향 조정했고, 한국경제연구원은 흑자폭이 1억4,000만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형편이다. 올해 다행스럽게도 흑자 달성에 성공한다고 해도 내년 적자는 거의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배상근 한경연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적자가 구조적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배 연구위원은 "환란 이후 설비투자가 늘지 않고 제조업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으면서 중국의 추격을 당한 데 따른 결과물"이라며 "경상수지 적자가 소득과 고용감소로 이어진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입을 유발하는 내수부양 등 경제정책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구조적인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6/07/27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