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빚내 코스닥 투자' 늘어난다

중소형株, 수익률서 대형株 추월
신용융자잔액 이달 들어 급증… "변동성 커질 위험 주의해야"


빚을 내서 코스닥 종목을 사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코스닥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수익률 게임에서 중소형주들이 대형주를 추월하자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잔액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올 3월부터 5월까지 중소형주의 강세와 함께 신용융자잔액이 급증했던 것과 유사한 양상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최근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대형주에 비해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아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데다 연말을 앞두고 배당투자 수요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기업이익 개선 속도 자체가 빨랐던 상반기보다 이익 모멘텀이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무리한 투자는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코스닥 신용융자잔액 급증=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잔액은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11거래일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증가세를 나타냈다. 중소형주가 증시를 이끌었던 올 상반기 ▦4월2일~29일(20거래일) ▦3월 5~20일(12거래일)에 이어 가장 길다. 신용융자잔액 대부분이 개인투자자들의 계좌와 연계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빚을 내서 코스닥시장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코스닥 신용융자잔액은 이달 3일 9,865억원에 그쳤으나 지난 18일에는 1조845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코스닥 신용융자잔액이 가장 많았던 9월25일(1조2,228억원) 수준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이 기간 주식시장의 전체 신용융자잔액은 1,530억원가량 늘어났는데 코스닥시장에서의 증가분이 무려 1,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얼마 전까지 하루 증가분이 100억원 미만에 그쳤으나 지난주 후반부터는 매일 150억원가량 증가할 정도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개인들은 지난 11거래일 동안 코스닥시장에서 72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기관이나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보다도 훨씬 많은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는 9,37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대형주의 움직임이 주춤해지자 유가증권시장 종목을 서둘러 처분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중소형주를 사들이는 형국이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횡보 국면을 지속하자 개인들이 중소형주를 돌파구로 삼는 듯하다"며 "연말을 맞아 배당주나 저평가주 등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빚 동원한 투자는 자제해야=증시전문가들은 "현재의 중소형주 랠리가 상반기 때와는 다른 양상"이라며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LED·게임 등 이익개선 속도가 빠른 성장주들이 속출했던 반면 지금의 중소형주 랠리를 이끄는 재료 중에서는 새로운 것이 없다"며 "현재 11월 말 대비 40~50% 가까이 급등한 종목도 많지만 이는 올 여름에 중소형주가 부진한 것에 따른 반등 성격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주의 실적이 좋지 않은데 중소형주 실적만 좋을 수는 없다"며 "랠리가 마감되고 중소형주에 대한 변동성이 다시 커지면 빚을 내서 투자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중소형주 강세는 오랫동안 대형주 장세가 이어져 온 데 따른 숨고르기일 뿐"이라며 "신용 투자는 투자 자본 대비 높은 레버리지 효과를 노린 것인데 기업에 대한 펀더멘털 분석이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투자에 나서면 위험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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