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자동차 시장의 기상도가 '맑음'이라는 데는 거의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대·기아차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어떤 장애물을 두려워하고, 어떤 무기를 준비하고 있을까. 특히 새해 차를 살 계획인 소비자는 할인 혜택을 기대해도 좋을까. 2014년으로 캘린더를 넘기기에 앞서 주요 이슈를 토대로 '예고편'을 구성해봤다.
◇일본차, 지붕 뚫고 하이킥 할까=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는 내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올해보다 4.1% 성장한 8,360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4.1%의 성장률 속에서 자동차 업체들의 희비를 엇갈리게 할 주된 요소는 엔저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도요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7.9%· 133.5%가 증가했다.
2014년에도 엔저가 계속되면서 가격을 앞세운 일본차들의 대공습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국내에서 3,770만원에 '인피니티 G25 스마트'가 출시돼 주목을 받은 것처럼, 내년에도 공격적인 가격 책정이 예상되고 있다.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특히 국내에서 판매가 부진했던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가격으로 승부에 나설 것"이라며 "한국토요타가 오는 1월부터, 한국닛산이 지난 7월부터 새 대표 체제로 바뀐 만큼 어떤 정책을 펼지가 관건"이라고 내다 봤다.
반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가장 큰 걸림돌은 원고가 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현대차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1%· 28%씩 감소했다. KARI는 2014년에도 일본업체의 수익성은 개선되는 반면, 국내 업체의 수출경쟁력과 수익성은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예측했다.
◇현대·기아차 질적성장 모색= 내년 국내 시장 규모는 총 158만대로 올해보다 2.4%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 성장률이 사실상 '제로'로 집계될 것이란 점을 감안 하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만한 수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기아차는 국내외에서 질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야심 차게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를 무기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덧입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년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 외에 현대·기아차의 추가 할인 혜택은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제네시스, 에쿠스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대차는 멤버십 제도인 '블루멤버스'를 개편, 신차 구매 횟수에 따라 차량 가격의 최대 3%까지 포인트를 적립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시장에서 최근 수 년간 상당한 입지를 굳힌 수입차는 대중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전체 수입차 시장의 약 64%(1~11월 기준)를 차지한 BMW·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폭스바겐 등의 강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재규어·포르쉐·마세라티 등 '아직 까지는 흔하지 않은' 수입차들이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할 전망이다.
포르쉐는 소형 SUV인 '마칸'을 출시할 예정이며, 마세라티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블리'를 내세우고 있다. 재규어는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들을 겨냥해 'XJ'의 고성능 버전인 'XJR', 스포츠카인 'F-타입' 의 쿠페 모델을 내놓는다.
이밖에 수입차 시장의 가격 인하 경쟁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20~30대의 젊은 수입차 소비층 증가, 2,000cc 이하 중소형차급의 인기, 개인구매고객의 증가 등 수입차 대중화의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염과의 전쟁, 친환경차 전성시대= 디젤,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의 열풍도 더 거세진다. 현대·기아차는 그랜저·K7의 하이브리드 모델로 내년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디젤차 시장이 점점 확대되는 만큼 그랜저·K7의 디젤 모델 출시도 검토되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덩치 큰 차종들도 친환경이라는 트렌드에 점점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랜드로버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한국GM의 '스파크 EV', 르노삼성의 'SM3 Z.E.'에 이어 전기차 출시도 잇따를 예정이다. 기아차는 상반기 중으로 '쏘울 전기차'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BMW는 첫 양산 전기차인 i3를 5월에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전기차를 보조금을 받아 구입 한다 해도 운전자로서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내년에도 역시 충전 인프라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전기차를 한 번 충전해서 갈 수 있는 최대 거리가 길어야 200km 전후에 그치는 탓이다.
한편 '친환경차'에 관심이 별로 없다면, 저탄소협력금제가 시행되는 2015년 1월 1일 이전에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저탄소협력금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에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그렇지 못한 차에는 부담금을 매기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