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뒤풀이서 난폭운전·기물파손등 추태 임산부 배에 대고 "대한민국"… 스트립쇼까지 전문가 "2002년 때 처럼 시민정신 회복해야"
입력 2006.06.18 17:52:36수정
2006.06.18 17:52:36
월드컵 뒤풀이가 광란의 난장판으로 바뀌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어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붉은 악마’도 유럽의 훌리건처럼 폭력과 무질서를 일삼는 집단으로 변모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는 지난 14일 한국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토고전 승리 이후 인터넷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을 놓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수백명의 인파가 몰린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던 젊은 남녀 한 쌍이 승용차 위에 올라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장면이 시민들의 카메라에 찍혔기 때문이다. 이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이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맹렬한 비난을 퍼부으며 당시 거리응원 도중에 벌어진 또 다른 추태들을 하나 둘씩 고발하기 시작했다.
토고전 종료 직후 서울 광화문 등 거리응원 장소와 강남역ㆍ신촌ㆍ압구정동 등 시내 주요 유흥가에는 젊은이들의 볼썽 사나운 뒤풀이가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들 중 일부는 차도로 내려가 달리는 버스나 트럭에 뛰어올라 매달리거나 주차된 차량 지붕에 올라가 난동을 부리며 정류장 유리 부스를 깨뜨리는 일까지 생겼다. 젊은이들이 밤새도록 터뜨리는 폭죽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는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이어졌고 이날 자정무렵 종각 뒤편 상가건물의 방진막에 불꽃이 옮겨 붙어 화재가 나기도 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부 응원단이 열광적 응원 방식을 다른 시민들에게 강요하는 폭력적 행위도 서슴지 않았던 점이다. 지나가던 차량을 가로막고 ‘대~한민국!’의 박자에 맞춰 경적을 울려줄 것을 강요하는 일은 예사였고 길 가던 여성을 붙잡고 헹가래를 치며 ‘벗겨라~벗겨라~’를 외치는 일도 종종 있었다. 부산에서는 시내버스 위에 올라갔던 한 20대 남성이 ‘벗어라~ 벗어라~’라는 주변의 요구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예 20여분간 스트립쇼를 벌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시 서울시청 앞 광장을 찾았다는 한 네티즌은 응원단 10여명이 임산부를 에워싸고 임산부 배에다 얼굴을 대고 아이에게 들으라는 듯 ‘대∼한민국!’을 연발했다며 일부 응원단의 비뚤어진 행태를 개탄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거리응원 문화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와는 달리 불과 4년 만에 서구의 훌리건들과 같이 폭력적인 난동과 성적 판타지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변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축제가 가지는 폭력성을 바탕으로 우리의 응원문화도 점차 훌리건 스타일로 바뀌어가는 것 같다”며 “더 악화되기 전에 잘못된 응원문화를 극복하고 20002년 때와 같이 수준 높은 질서의식과 시민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훌리건(hooligan)이란
축구의 종가 영국에서 생겨난 단어로 축구에 대한 열광적인 응원을 빌미로 집단폭력 등 난동을 부리는 무리를 일컫는 말이다. 60년대 초반 영국 보수당 정권의 사회복지 축소 정책으로 빈부격차가 심화하자 이에 반발하는 실업자와 빈민층이 축구장에서 폭력적인 방식으로 불만을 터뜨리면서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지금은 영국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ㆍ독일ㆍ러시아는 물론 중남미 일대 광범위한 지역까지 사회불만을 축구를 통해 해소하려는 계층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