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부터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하위법령 미비로 혼란 불가피
경조사비, 선물 비용 등 ‘고무줄 잣대’ 논란도


오는 28일부터 의약품과 의료기기 거래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까지 처벌하는 ‘쌍벌제’가 시행된다. 하지만 하위법령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경조사비, 선물비용 등의 모호한 금지 규정 등으로 인해 시행 초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 거래와 관련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투명한 유통시장 질서유지를 위해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사람 모두를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28일부터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올해 안으로 검찰(서울중앙지검)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을 각각 파견해 전담수사반을 구성ㆍ운영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의사, 약사 및 의료기관 개설자나 종사자가 제약사 등으로부터 판매촉진의 목적으로 금전이나 물품, 편익, 노무, 향응 등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받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앞으로 리베이트를 받다가 적발되면 ‘1년 이내 자격정지’와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과 함께 취득한 경제적 이득은 몰수ㆍ추징된다. 리베이트 제공자는 형사처벌이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에서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된다. 하지만 시행규칙 개정안이 법제처 심사를 통과해 시행되기까지 일주일 넘게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복지부는 일단 현행 공정경쟁규약, 시행규칙 입법예고(안) 등을 참고해 적용하겠다고 밝혔으나 근거 미비로 위법성을 판단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리베이트 허용 범위도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치며 대폭 축소됐다. 견본품은 ‘적정수량’이 아닌 ‘최소수량’만 제공하도록 했고 학술대회에 참가한 발표자나 토론자 등에게 제공하는 비용도 주최측이 직접 지원하도록 했다. 복지부가 당초 일정 범위 내에서 허용하기로 한 소액물품(50만원 이하), 경조사비(20만원 이하), 명절선물(10만원 이하), 강연료(월 200만원, 1일 100만원, 1시간 50만원 이하), 자문료(연간 300만원, 1회 50만원 이하) 등의 지급도 금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제공하지 않되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수준인지를 개별사안별로 판단한다’는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고무줄 잣대’가 적용될 수 있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는 불분명한 기준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면서 첫 케이스에 걸리지 않도록 당분간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 상위권 제약사 관계자는 “경조사비, 강연료, 명절선물 등 영업현장에서 민감하게 다뤄지는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허용금액 등이 정해지지 않아 혼란이 예상된다”며 “쌍벌제 도입에 반발한 의사들의 불매운동이 제도 시행을 계기로 다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 지방의 대학병원을 담당하고 있는 제약사 영업팀장 김모씨는 “제약업계 공정경쟁규약에 경조사비를 20만원만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실제 이 금액을 지키는 영업사원이 몇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명확한 기준이 있어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통상적 수준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이 얼마나 먹혀들지 의문”이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일부 영업현장에선 쌍벌죄 시행을 앞두고도 적발이 어려운 현금을 요구하는 등 리베이트 요구 관행이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8년차 영업사원 조모씨는 “초기에 강력한 단속이 예상되는 만큼 첫 케이스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분위기”라며 “쌍벌죄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확실한 시범케이스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쌍벌죄 시행이 리베이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중소 제약사들의 퇴출을 가속화해 활발한 흡수합병 등 제약업계의 구조 선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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