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전산실이라는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며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다할 뿐이다. 이른 아침에 증권사에 가장 먼저 출근하는 것은 전산맨의 몫이다. 전날 거래된 고객의 주문처리 상태를 철야 근무자로부터 확인하고, 당일 오전장을 위한 시스템 준비상태를 점검한다.주전산기 상태, 데이트베이스 가동여부, 주문결제처리, 전원점검, 네트워크 상태등 하나라도 점검을 소홀히 하면 사고가 발생한다. 사고는 바로 고객들의 주식거래 손해와 빗발치는 항의로 이어지고 증권사 신인도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예전에는 증권사들의 전산사고도 많아 금융감독원에 민원이 수북이 접수되기도 했다. 온라인 주식거래의 컴퓨터 프로그램이 작동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매매주문을 못내 손해를 보기도 했으며, 사이버 프로그램 버전을 업그레이드 하지 않아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도 했다. 이로인해 사이버거래 및 전화자동안내시스템(ARS)을 비롯해 자체단말기를 이용한 주문이 몇시간 동안 체결이 안되기도 했다. 하지만 베테랑 전산인력 확충과 전산설비 도입, 점검시스템 구축등으로 사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전산 네트워크는 영업점의 전산망과 연결되는 핵심부문이다. 한개의 네트워크에 40개의 영업점이 연결돼 있어 이상조짐이 나타나면 주식거래는 중단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처리한계용량의 반도 못 미치던 주문건수가 순식간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통신기기, 주전산기의 처리한계용량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한다.
『장이 끝나면 전산실 요원들은 또 다른 일을 시작합니다. 당일 주문에 대한 결제처리, 장중 오류입력에 대한 데이터수정작업, 데이터베이스 정리, 투자분석정보를 처리해야 합니다. 요즘같은 활황증시에는 오전 7시 출근시간은 있어도 퇴근시간은 없습니다.』현대증권 시스템 21팀의 이상선(李相先) 차장의 설명이다.
지상에는 증권업의 꽃이라는 펀드매니저가 있고 지하에는 그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자양분을 공급하는 전산맨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서정명기자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