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진 세종회계법인 이사

세종회계법인 이상진(46)이사는 부실회계로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는 등 혼쭐이 난 기업들이 최근들어 투명한 회계처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李이사는 회계법인에 대해 투명한 감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 어느때보다 회계사들의 책임의식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삼일·산동 등 이른바 빅5 회계법인들의 시장지배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중형 회계법인들의 생존전략은. 자본거래가 국제화됨에 따라 외국사와 합작한 대형법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자연히 중소 회계법인과 개인사무소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차별화전략이 유효하다고 봐야죠. 벤처기업 창업에서 코스닥등록까지 원스톱경영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달라진 경제환경에 따라 탄력적인 경영전략으로 난관을 돌파할 계획입니다. -IMF사태이후 기업들의 회계에 대한 불신이 만연했다. 최근들어 기업들의 회계관행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데. 감사현장을 다녀보면 예전보다 많이 투명해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먼저 내부적으로는 정확한 회계정보에 대한 경영진의 요구가 증대하는 한편 외부적으로는 부실경영진과 회계사들에 대한 책임론이 비등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고 신용대출을 해준 금융기관들이 숨겨진 부실로 인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했을 때 회계사에 대해 즉시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습니까. 과거와 달리 회계사들이 꼼꼼하게 장부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대우계열사 실사에 나선 회계법인들이 사후 손해배상청구를 우려, 생각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자산평가를 한 것도 회계법인업계의 바뀐 한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등 선진국에 비해선 회계투명성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국가간 문화적 차이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기록의 문화가 정착돼 있습니다.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거래내역을 정확히 기록하고 보관합니다. 일상에서 영수증이나 전표가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기록하거나 보고하는 의식이 박약한 실정입니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무슨 불이익이 있을까봐 가급적 숨기려 합니다. 이런 문화적 차이가 기업경영에 반영돼 있습니다. -기업회계기준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동안 기업회계기준이 연례행사처럼 바뀌었습니다. 일부 기업과 이해집단의 입김에 좌우돼 회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일관성이 결여된 상황이죠. 또한 자의적 회계처리로 정보이용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 측면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기업회계기준도 경제상황에 따라 개정돼야 하지만 충분한 연구와 토론으로 정당성을 검증받은 후 개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측에서 회계사에게 부실기장을 눈 감아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기업 경영진과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사와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떤가.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관계가 가장 바람직 하죠. 회계법인간 영업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고객의 눈치를 살피는 경우도 더러 발생하지만 회계사는 기업 감사자라는 본분에 충실해야 합니다. 보수는 기업으로 부터 받지만 정보이용자는 일반국민이기 때문에 회계의 공익성을 훼손하는 감사는 절대 피해야 합니다. 회계감사준칙에 따라 객관적으로 공정히 감사하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李씨는 78년 공인회계사에 합격 안건·영화·안진회계법인등을 거쳐 94년부터 세종회계법인 창립멤버로 활약중이다. 88년부터 90년까지 2년간 미국 어네스트 앤 영 회계법인에서 교환근무중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을 따낸 국제조세및 회계전문가이기도 하다. 이장규기자JK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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