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美보잉사 맥너니 회장 접견 실수연발·정치적 발언도

"국회서 전용기 예산삭감" 회장 앞에서 유감 표시
보잉코리아사장 동석불구 "한국에 지사있나" 실례도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임스 맥너니(가운데) 회장 등 보잉사 관계자들을 접견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켈러 보잉인터내셔널사업부 사장./최종욱기자

‘보잉의 굴욕’이라고나 할까. 18일 이뤄진 노무현 대통령과 제임스 맥너니 미국 보잉사 회장과의 회동. 노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현안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처럼 만나는 외국의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이었기에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회동 장면은 대화 첫머리부터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의 큰 회사 경영자들과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인사했는데 회장님은 처음”이라고 운을 뗐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다음 발언. 노 대통령은 “지금 한국에 보잉 지사가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의례적으로 물어볼 수 있는 말 같지만, 이 자리에는 분명 윌리엄 오벌린 보잉코리아 사장이 함께 하고 있었다. 오벌린 사장은 주한 미 상공회의소(AMCHAM) 회장까지 맡고 있는 인물.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대표인데도, 노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맥너니 회장은 “당연히 있습니다”라며 답했지만, 얼굴에는 머쓱함이 깃들여 있었다. 이어지는 발언도 당혹감을 안겨줬다. 노 대통령은 “나는 맨 날 보잉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데….전용기를 사자고 했더니 국회에서 (예산을)깎아 전세기를 더 타고 다녀야겠다”며 “내가 전용기를 사자는 것은 다음 대통령을 위해서인 데 국회에서 깎았다”며 국회에 다시 한번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정치 발언에 놀랐을까. 맥너니 회장은 대통령의 발언에 답하지 못한 채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대신하고 말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 기업 CEO를 만난 자리에서 동석한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것도 실례이지만 굳이 이 자리에서까지 정치적 발언을 꺼낸 것은 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회동 자리에서 보잉사의 한국 투자 확대 및 우리 항공업계와의 협력 강화를 요청했으며 맥너니 회장은 19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시장 확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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