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濠하워드정권 몰락은 亞이민자들 때문"

노동당 중국계등 표심공략에 자기 선거구서도 패배 수모


존 하워드 호주 총리가 지난 달 총선에서 33년 동안 굳건히 지켜온 자신의 선거구에서 패배한 것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이민자 출신 유권자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뉴질랜드 헤럴드는 14일 호주 여성 언론인 마곳 새빌이 곧 출간한 예정인 '베넬롱의 전투'라는 책을 인용, 노동당이 하워드 정권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한국과 중국 출신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노동당은 하워드의 선거구인 베넬롱 주민의 20% 정도 차지하는 한국인과 중국인 등 아시아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들과 말이 통하는 젊은 아시아인들을 선거 운동원으로 대거 영입하고 중국 사람들이 행운의 숫자로 여기는 888이 끝자리로 들어가는 전화번호를 스타 후보들에 주기도 했다. 노동당은 또 대학에서 중국어를 공부한 뒤 중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해 중국어가 능통한 케빈 러드 당수와 그의 가족들도 모두 이곳에 투입해 총력전을 펼쳤다. 러드 대표의 딸 제시카는 선거구 내에 있는 중국 노인클럽 행사에 참석해 베이징 표준어로 연설을 했으며 제시카의 홍콩 출신 남편인 앨버트 체는 광둥 지방어로 연설했다. 이들의 연설은 당연히 중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현지 중국어 신문들의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노동당 선거 전략은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졌다. 하워드는 총리 자리를 내놓게 됐고 현직 총리로서 자신의 선거구에서 낙선하는 수모를 당했다. 새빌은 "아시아계 호주인들이 노동당에 얼마나 많은 표를 던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그러나 최소한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베넬롱에서는 집권당인 자유국민연합의 표가 대거 노동당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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