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저밀도 개발은 시기상조

“당신은 보다 싼 값에 아파트를 살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쾌적함을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이 같은 질문을 무주택자들에게 한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십중팔구는 ‘물론이다’고 답할 것이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집 없는 서민들에게는 ‘내집 마련’이 가장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새로 발표한 ‘검단 신도시’ 개발 계획을 계기로 정부의 ‘저밀도’ 개발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급을 확대해 집값을 낮추겠다는 신도시 개발의 목적에 저밀도 개발이라는 전제조건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검단 신도시 인구밀도는 ㏊당 133명으로 분당(198명)이나 일산(176명) 등 1기 신도시에 비해 쾌적하다. 이는 김포(132명)와 파주(122명) 등 2기 신도시 수준으로, 정부는 2기부터 환경논리에 밀려 신도시의 개발밀도를 급격히 낮췄다. 판교의 인구밀도(98명)는 인접한 분당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저밀도 개발이 ‘용적률 하락→택지비 상승→분양가 인상→집값 폭등’의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우리 소득수준이 선진국 수준입니까. 저밀도 개발요? 말도 안됩니다”며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신도시 용적률을 높여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술적으로 판교의 용적률(159%)을 분당 수준(194%)으로 했다면 평당 분양가가 200만원 정도 싸져 44평형의 경우 1억원가량 싸게 공급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판교 시행사인 주택공사의 한 실무관계자도 “정부는 선진국 수준의 주택을 싸게 공급하라고 하는데, 그러려면 밀도를 높여 집을 짓는 수밖에 없는데…”라며 이에 동조하는 말투였다. 분당과 일산에 사는 사람들은 ‘쾌적함’을 이 지역의 특징으로 꼽는다.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정도의 밀도만 돼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결국 수요자는 이 정도면 됐다는데 공급자인 정부가 더 좋은 물건을 만들겠다며 값을 올리는 꼴이다. 정부는 본격적인 3기 신도시 개발을 앞두고 저밀도 개발이 과연 최선인지 여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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