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의료시장 개방에 적극 대비하기 위해서는 주식회사형 병원의 허용을 적극 검토해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은 12일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행위는 곧 영리`라는 입장은 허용하면서도 의사가 아닌 사람은 비영리법인만 설립토록 제한, 대부분 영세 병원만 가능했다”면서 “이제부터는 이러한 틀을 수정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원장은 제도수정에 앞서 정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민들의 의료환경이 악화되지 않도록 철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병원을 기업화 할 경우 환자중심의 서비스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보강할 수 있다”면서 “국내 시립-도립병원이 개인이 운영하는 병ㆍ의원에 비해 서비스 수준이 낮은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익을 배당하는 주식회사형 병원을 허용할 경우 국내 및 외국 자본가들이 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이미 영리법인 병원들이 나스닥에 상장할 정도의 분위기로 성숙됐고,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의료시장을 개방, 해외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영리 병원법인이 허용되면
▲환자 의료서비스 향상
▲외국자본 유치 활성화
▲건보재정 내실
▲의료원가 절감
▲의사 이직감소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 원장은 기업가ㆍ약사ㆍ보험사ㆍ환자ㆍ병원근무자ㆍ제약회사 등이 의사와 함께 주식회사 형태로 병원을 운영할 경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건보재정 위기를 영구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원장은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주식회사형 영리법인을 허용하고 있고, 영리 민간병원이 의료서비스 부문의 주요 공급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미국ㆍ독일ㆍ영국ㆍ호주ㆍ싱가포르의 사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원장은 “주식회사형 병원은 많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병원기업을 마음대로 설립토록 한다면 부작용 위험성이 있다”면서 “이 문제점은 안전장치(이사회에는 반드시 의사가 3인 이상 있어야 한다는 제한사항 등)를 두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해외자본 상륙 불구 국내 일반인 참여는 `발목`
국내의 경우 의사면허증이 없다면 영리병원을 개설할 수 없다. 때문에 의료시장은 오랫동안 의사들만 참여해 독점적인 부를 누려왔다. 그러다 보니 병원산업은 타 업종과는 달리 의사가 경영ㆍ자본ㆍ기술을 모두 맡는 영세구조를 지닐 수 밖에 없었다.
의사면허를 갖지 않은 사람이 병원을 설립할 때는 비영리법인으로만 가능하도록 한 현행제도는 상당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피부클리닉이 서울에 개원하는 등 사실상 개방의 물결은 시작이 됐지만 정작 국내 일반인들의 투자발목은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성장잠재력이 크고 보험적용이 안 되는 라식ㆍ성형수술ㆍ치과분야는 외국자본 유입이 본격화 될 것이 확실하다. 전문 의료분야의 경우 외국의료기관이 국내병원에 부설 연구소를 설립하는 형식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DDA(도하개발 아젠다)협상 일정에 따라 내년 초에는 우리나라도 개방범위를 밝혀야 한다. 주식회사형 병원제가 도입되면 의료소비자인 환자 입장에서는 공급자들간의 경쟁으로 가격거품이 빠져 양질의 치료를 낮은 수가로 받을 수 있고, 의료시장의 주도권이 환자중심으로 바뀐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비해 공급자 입장에서는 외국의 거대자본이나 우수한 병원과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대책은 개방형 시스템을 앞당겨 시행해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리병원 도입이 의료의 상업화를 초래해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현대ㆍ삼성 등 대기업이 병원을 세운 후 환자를 고객으로 대하면서 오히려 불친절과 권위주의의 상징이었던 대학병원까지 변화에 동참하게 만든 것을 보면 기우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10년의 `연명`을 위해 100년 대계를 저버리는 누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