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SDI에 물산주식 7,300억 처분해야”

“9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 강화...현행법 위반”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SDI에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7,300억원어치를 내년 3월 1일까지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공정거래법 상 대기업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강화하는 것이 금지돼 있는데, 지난 9월 제일모직과 구(舊)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SDI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 정책의 일환으로 대기업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거나 기존 고리를 강화하는 것을 금지한 공정거래법 시행(14년 7월) 후 첫 적용 사례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수합병(M&A)이 활발한 가운데 이 같은 선례가 M&A에 걸림돌이 되거나 대규모 주식 처분으로 이어지는 등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9월 1일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총 10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7개로 감소했지만 3개의 고리는 순환출자가 강화됐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합병 전 제일모직 지분 3.7%, 구 삼성물산 지분 7.2%를 보유하고 있었다. 합병 삼성물산이 출범하면서 삼성SDI는 합병 삼성물산 지분 4.7%를 보유하게 됐다. 공정위는 이를 합병비율 등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삼성SDI가 합병 삼성물산 지분을 더 많이 갖게 됐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위는 “합병에 의한 순환출자 형성, 강화는 6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지므로 내년 3월 1일까지 삼성SDI는 합병 삼성물산 지분 500만주(2.6%)를 매각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합병 삼성물산의 주가(24일 기준 14만 5,500원)를 고려하면 7,275억원에 이른다. 처분하지 못하면 위반되는 주식의 10% 이내에서 과징금이 부과되고 3년 이하의 징역(대표이사), 2억원 이하의 벌금이 매겨질 수 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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