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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계·기업 등 3대 부채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기업부채입니다.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원샷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의 연내 통과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의 김광림(사진)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서울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국내 기업들이 빚이 늘고 이자는 못 갚는데 매출도 줄어드는 '삼중고(三重苦)'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재선인 김 의원은 기획예산처와 특허청, 재정경제부 등 경제 관련 부처에서만 약 35년을 근무했다. 여당의 대표적인 경제통답게 김 의원은 일자리 창출과 산업계의 활력 회복을 위한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는 현실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김 의원은 "국가 채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수준이고 소득 4분위와 5분위 등 상위계층에 부채의 70%가 몰려 있는 가계부채 역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며 "반면 한계기업이 자꾸만 늘어나면서 부채증가율 또한 다른 부문보다 높은 기업 부채는 그야말로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기업부채 구조조정을 위한 법안은 국회에 묶여 있다. 까다로운 인수합병(M&A) 절차를 간소화하고 사업재편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 핵심인 원샷법은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지원 대상에서 대기업을 제외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막혀 협상이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대화 주제가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옮겨가자 의외로 김 의원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한국경제가 웬만한 대외변수에는 거뜬히 대응할 만한 '기초 체력'을 갖췄다는 것이 김 의원의 판단이다.
그는 "양적완화가 종료된 지난해 10월 이후 1년 이상 금리 인상 논의가 이어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관련 논의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가하락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국내 금리 인상 속도도 과거에 비해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동안 한국경제가 여러 경험을 통해 획득한 학습효과까지 감안하면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 의원은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해서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외국인의 증권자금 유출에도 불구하고 외화조달 여건이나 외화 유동성 지표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외국인의 자금 유출세가 지속되면 채권투자에 대한 비과세 전환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해서는 지난 2011년부터 내국인과 동일한 이자소득세(14%)와 양도소득세(차익의 20%)가 부과되고 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집권 후반기를 지휘할 '3기 경제팀'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의원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첫 번째로 수행해야 할 과제가 핵심 법안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키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국민 설득을 통한 여론몰이에 실패하면서 야당이 경제활성화 법안에 대해 반대 논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김 의원은 "여론이 어느 정도 조성되고 나면 국회와의 소통에 두 팔 걷고 나서야 한다"며 "유 후보자는 이런 임무를 수행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화끈한 공격수라면 유 후보자는 중원을 달리는 미드필더에 가깝습니다. 유 후보자는 상대방의 입장을 가만히 경청하는 듯하다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찾아가 읍소도 하고 조곤조곤 부탁도 하는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해낼 것입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