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5일 유선통신사업자인 KT와 하나로통신의 요금담합을 이유로 무려 1,200억원에 달하는 사상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KT는 이 같은 발표 직후 재심청구 없이 곧바로 행정소송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KT가 공정위를 맞받아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태는 진작부터 예견됐었다. 통신요금을 담합,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한 가지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과징금을 얻어맞은 KT는 “하나로텔레콤 등과 가격담합을 하는 과정에서 정통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KT 내부문건에 정보통신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요금을 담합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주무 부처인 정통부의 입장은 더 애매하다. 정통부는 25일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2002년 11월에는 행정지도가 있었지만 KT와 하나로텔레콤이 가격조정 협상을 한 2003년 6월에는 행정지도를 한 바 없다”고 해명해 의문을 더욱 증폭시켰다.
KT는 이에 대해 “2002년 11월 하나로의 요금현실화와 시장점유율 이관을 내용으로 하는 정통부의 행정지도가 있었고 이듬해 6월23일의 합의는 전년의 행정지도와 ‘동일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3년 6월의 담합이 ‘정통부의 행정지도에 따른 것이냐’ ‘그렇지 않느냐’가 이번 시비의 변곡점인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동일한 맥락’이라는 KT의 표현이다. 담합이 2002년 11월의 행정지도와 ‘동일한 맥락’에서 이뤄졌다는 주장은 경우에 따라서는 정통부와 KT가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서로 오해할 수도 있었음을 인정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KT는 한 다리 건너 공정위에는 ‘행정소송’이라는 초강수에다 할 말을 다하면서도 주무 부처인 정통부는 자극하지 않으려고 ‘동일한 맥락’이라는 절묘한 완충지대를 설정해놓은 것이다.
‘10년이면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더니 민영화 3년 만에 보여준 KT의 변신은 그래서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