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인생의 백야를 준비해라

‘마지막 미개척지’라는 별칭이 붙은 알래스카는 여름밤이 짧다. 밤11시ㆍ12시에도 대낮같이 환하다. 새벽2~3시쯤 뉘엿뉘엿 해가 지는 듯하지만 새벽4시쯤 다시 밝아진다. 일년 중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 때는 어둠이 없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고령화시대가 가속화하면서 이 땅에 사는 평균적 삶도 어쩌면 알래스카의 백야(白夜)와 같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신없이 일하면서 뜨거운 한낮과 오후를 보내고 나면 어느덧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온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인생의 밤은 찰나처럼 짧게 스쳐갔다. 퇴직을 했나 싶으면 곧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노후가 낮만큼 길어졌다. 축구의 연장전에 불과했던 시간이 후반전만큼 늘었다. 그만큼 은퇴 이후의 삶, 즉 기나긴 ‘하얀 밤’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미국은 지난 90년대 이후 노후 준비가 붐을 이뤘다.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베이비 부머가 퇴직 이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한 각종 상품과 세미나가 봇물을 이뤘고 노후 설계를 상담하는 컨설턴트가 인기를 끌었다. 장기 노후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은 지금도 치열하다. 노후 준비는 크게 ‘계획-투자-관리’의 3단계로 이뤄진다. 본인의 투자 성향과 투자기간, 퇴직 시기 등을 감안해 계획을 마련하고 적당한 투자상품을 골라야 한다. 그리고 퇴직 때까지 6개월, 또는 1년에 한번씩 점검 후 재조정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에서 새로운 상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의 퇴직 시기에 맞는 만기상품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계획-투자-관리’가 이뤄지는 ‘라이프사이클펀드’다. 펀드에 가입하면 노후 관리를 책임지는 전문가를 한명 고용한 셈이 된다. 복잡하고 긴 과정이 생략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라이프사이클펀드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상품을 내놓지도 않았고 투자자를 찾지도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국내외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이런 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 붐을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 열심히 일했다면 인생의 백야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노후를 밝은 밤으로 만들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또 돈과 함께 ‘행복한 가정’ 그리고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준비’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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