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이 심상치 않다. 최근 영등포 ·안양 ·용인 등 수도권 요지의 조합아파트에 잇따라 수요자들이 대거 몰려 신청대기자들이 며칠밤을 꼬박 새우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해말 5,588가구였던 서울지역 미분양아파트는 한달 사이 24%(4,243가구) 줄었다. 전국적으로도 8개월만에 처음으로 미분양아파트가 10만가구 아래로 떨어졌다. 집값도 올라 일부 지역 아파트는 이미 IMF체제 이전의 가격에 근접하고 있다.하지만 이같은 조짐에도 불구하고 주택경기 회복될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시중자금 유입으로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것이란 낙관적 전망과 아직 대기업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주택시장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李東晟주택산업연구원장=본격 회복은 시기상조.
최근 경제상황은 회복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환율과 금리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생산 역시 작년 11월 이후 연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도소매판매지수도 14개월만에 처음으로 2.8%의 증가세를 보였다.
주택경기도 일반경기회복에 힘입어 서서히 회복되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10만가구를 웃돌던 미분양주택이 최근에는 크게 감소했으며 이사철에 맞춰 전세값이 서울과 신도시를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공매시장과 일부 신규분양아파트의경우 다소 과열되는 조짐조차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은 시기상조다. 구조조정이 완결되지 않은 상황이고 아직은 불안정한 노사관계, 엔화 약세 등의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과거에 분양된 아파트의 입주시기가 도래해 주택시장에 매물이 증가할 경우 경기 회복속도를 둔화시킬 여지도 많다.
◇全容澤 주택은행 청약실장=하반기 잠재수요증가로 주택시장회복세 반전
지난해 말부터 회복조짐을 보인 주택경기는 상반기 조정국면을 거쳐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반전될 전망이다. 실물경기 회복과 함께 주택에 대한 잠재수요가 시장에 가세할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주택경기부양책의 효과 확대, 주택저당채권유동화제도 도입, 금리의 하향 안정화, 주택관련규제완화 등 주택경기를 회복시킬 요소들은 많다.
최근 미분양주택의 급격한 감소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98년 8월부터 꾸준히 감소한 미분양주택은 이미 IMF체제 이전의 8만9,000호에 8,000호차이로 접근했다. 미분양주택 세제지원, 분양권전매허용, 중도금대출지원 등 지원정책과 지금이 내집마련 적기라는 실수요자의 인식확산이 합쳐진 결과다.
실물경기회복 속도에 따라 주택시장 회복시기가 크게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金榮進내집마련정보사 사장=주택저당채권제 시행후 상승 탈력받을 듯.
대부분의 내집마련수요자들은 집값이 이제 상승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에는 수긍하지만 IMF체제로 가계소득이 줄어 직접 매수시장에 진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가가 저렴한 일부 대단지에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는 시중금리 하락으로 투자처를 찾고 있는 가수요 때문이다. 최근 분양권 전매 허용과 세제혜택도 수요가 몰리는 원인이다.
하지만 이는 분양가가 낮은 일부 단지에 적용되는 것이지 모든 아파트가 청약과열현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또 서울지역의 미분양아파트 감소세는 최근 몇달간 신규분양이 거의 없었던 것에도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당분간 집값은 지속적인 상승세 보다는 가격 상승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소폭 오를 전망이다. 특히 6월부터 주택저당채권제(MBS)가 실시되면 실수요층의 매수세가 가세돼 집값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朴鍾秀 금호건설 주택사업부문 상무=주택경기 저점통과. 경기회복이 관건
주택경기는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최근 미분양아파트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고 계약률도 늘고 있다. 아파트 계약후 해약률도 낮아지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더이상의 주택경기 침체는 없을 것이라는게 일선의 판단이다.
대부분 수요자들은 집값이 저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향후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선뜻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장 주택 시장이 급속한 상승세를 탈것으로 섣불리 예측하기는 힘들다. 시중 자금이 상당히 유동적인데다 아직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실수요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수도권과는 달리 여전히 극심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주택시장은 경기가 얼마나 빠른 회복세를 보이느냐에 따라 본격적인 회복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